-반찬사업부터 시작해 돌봄사업, 특화된 여행사업 등 구상…할 수 있는 일 무궁무진
-조금 느려도 함께, 멀리갈 수 있는 일터 만들고 싶어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춘천워커즈협동조합 황경자 이사장
40세이상 사회 재취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함께 일하면서 재미있게 나이들 수 있는 일터를 만든다는 게 이 협동조합의 설립 배경인데. 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서 춘천워커즈협동조합 황경자 이사장을 만나 얘기 나눠봤다.
다음은 황경자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손경식>40세이상의 재취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춘천 워커즈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어떤 건지 소개를 해달라.
◆황경자>먼저 워커즈 콜렉티브라는 용어를 설명하겠다. 일본에서는 활성화돼있고, 소비자협동조합 모태로 형성됐다. 일자리를 자기가 출자해서 만드는 공동체로 자립과 자기 책임, 민주주의 운영방식이 중요하다. 이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기 돈을 내서 자기가 경영하기에 자기 고용을 창출한다는 의미가 크고 두 번째로 지역 사회에서 순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기 노동과 지역사회 상생이 중요한 측면이다.
◇손경식>춘천에서도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기고 있다.이 가운데 워커즈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
◆황경자>이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주로 여성들이다.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생활 중단했을 때 아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다시 일을 하려면 진입장벽이 높다. 출산 이전보다 훨씬 떨어지고 특히 40세 이상이 되면 진입장벽이 더 높다. 이런 현실에 맞게 일하면서 보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풀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초 5명의 여성들이 준비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영화보고 책을 보며 방법을 모색하다가 창립까지 오게 됐다.
'일하며 재미있게 나이를 먹을 수 있는 일터'를 꿈꾸며 지난 10월31일 창립한 춘천워커즈협동조합창립총회(사진=황경자 이사장 제공)
◇손경식>일본의 노동자 협동조합관련 영화, 워커즈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으셨다?
◆황경자>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이걸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동기를 갖게 됐다.
◇손경식>다른 지역은 어떤가?
◆황경자>우리나라에는 협동조합이 2005년정도부터 생겼는데 생길 때마다 1,2년사이 없어지곤 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서울의 ‘목화송이 협동조합’이다. 독립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처음에는 면생리대를 만들어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해 장바구니, 앞치마, 파우치 등 생활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바람직한 부분은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직원 가운데 신체가 불편한 분들도 포함돼 있다. 운영 잘 되면 지역 바느질하는 회사에 외주를 줄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또 하나는 청주의 ‘생명살림 올리’. 워커즈가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이 하시다보니 아나바다 가게로 시작했다. 지금은 반찬 서비스, 우리 콩 비지찌개, 햄버거 만드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손경식>일본은 1980년대부터인데, 우리나라는 2005년 역사로는 아직도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의 필요성?
◆황경자>창업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창업보다 쉬운 게 협동조합이지 않나. 창업은 개인이 모든 책임과 부담을 안고 가야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처럼 사람이 모이면 아이디어도 많아지고 진입도 쉽고 개인 부담도 적다.
◇손경식>춘천 워커즈 협동조합.. 지난달말 창립총회를 열었다. 몇 분의 멤버, 어떤 분들이 모였나.
◆황경자>8명이 출자를 했다. 이 중 5명이 일자리 운영방식으로 결합하고 있고, 3명은 설립동의로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이 출자하셨다.
◇손경식>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지, 구상이 궁금한데?
◆황경자>1차적으로 행하는 사업은 반찬사업이다. 우리가 주부들로 구성돼 있고, 주부들의 고민이 ‘오늘 뭐해먹지?’이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연히 5명 중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분이 3명이다. 첫 번째로 하는 사업이 반찬공급이고, 다음으로 이벤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생일이나 오픈행사의 밥상을 구상하고 있고, 혼자서 밥 해먹을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생각하고 있다.
여성들의 노동은 대가가 지불이 안된다. 일을 하지만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도 협동조합내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돌봄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노인과 아이들 돌봄인데, 상상하는 건 그걸 합치는 것이다. 아이들이 놀러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놀 수 있고 마을 식당이나 공동부업 등 아이들 방과 후 밥도 먹여주고 어른들과 같이 어울리고. 옛날 시골마을 공동체처럼 도시 마을 안에 그런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 앞으로의 사업계획 중 하나다.또 특화된 여행사업, 준비부터 과정을 함께하는 그런 여행사업도 구상 중이다.
강원CBS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황경자 이사장(사진=최원순PD)
◇손경식>실제 수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데?
◆황경자>워커즈 콜렉티브의 역사가 10년 이상 됐지만 지속이 힘들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의사결정이 느리게 된다. 그러나 장점으로 볼 수 있는 건 혼자가면 빨리갈 수 있지만, 여럿이 가면 멀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과정을 함께 나누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손경식>수익보다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느냐?
◆황경자>더구나 창업을 한다고 하면 시장과 같이 싸워야 하는데, 우리는 대안적인 공동체 공간, 사회적 경제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손경식>이사장님이 춘천에 시민단체가 처음 들어설 때부터 꾸준히 활동을 하셨다. 어떤 활동?
◆황경자>춘천토박이로 1993년 춘천환경운동연합이 처음 생겼을 때 관심이 있어 초창기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다가 춘천여성민우회에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사업 취지에 많이 공감했다. 2천년대 초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여성들이 늙은 남자들이 하는 정치를 어떻게 한번 바꿔볼까.(웃음)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늙은 남자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여성들을 어떻게 정치세력화 할 수 있을까 싶어 춘천민우회가 여성자치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시의원 등을 모셔다 얘기를 듣는 강좌였는데, 그 강좌를 듣고 괜찮은 단체구나라고 생각해 가입했고, 여러해 활동을 하게 됐다.
◇손경식>2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춘천 토박이시지만, 지역에서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춘천의 특징이 있나?
◆황경자>강원도는 오지와 같은 느낌이 있지만 지금은 교통도 좋아지고 세대도 바뀌면서 내가 활동할 때보다는 다른 사안들이 이슈가 되는 것 같다. 내가 활동했을 때는 정치적인 민주주의 이슈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년실업이나 노인문제 등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춘천 워커즈도 그 연장선에서 나이들어 가는 시민, 조합원들이 지역에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손경식>협동조합의 역할이 앞으로 점점 더 커지겠죠?
◆황경자>뭐든지 공공영역이 접근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규모도 커지고 비용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몇 사람만 모여도 할 수 있다. 국가나 공공영역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가 성공하면 공공영역에서 이를 차용해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십몇년전에 학교무상급식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렸지만 이제는 복지비용으로 실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한 발상으로 사업이 성공하고 필요하다 싶으면 공공영역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손경식>워커즈 협동조합이 공식명칭인데?
◆황경자>한국어로는 일 공동체. 스스로 내 일자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즐거운 노동을 한다는 것인데, 워커즈 콜렉티브가 공유하는 용어다.
◇손경식>앞으로의 계획?
◆황경자>처음에 우리가 ‘문어발 기업으로 만들어보자!’ 다양한 콘텐츠로.. 워커즈안에 다른 워커즈 만드는 걸 상상했다. 조합간의 연대, 상생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관심 보여주시고, 조합원으로 가입하셔서 일과 노동을 나누는 성취를 이루는 데 많이 동참해주시길.
◇손경식>말씀 감사. 지금까지 춘천워커즈협동조합 황경자 이사장이었다.시사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