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문화재/정책

    오래된 문화재는 지진을 어떻게 견딜까?

    한옥연구가 이상현 "전통 건축물, 기본 내진설계 돼 있다고 봐야"

    경북 경주 양동마을 풍경. 이곳은 최근 포항 강진으로 수졸당 벽체 균열, 송첨종택 담장기화 탈락 등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에도 포항과 인근 지역 일대에 있는 문화재 피해는 경미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6일 현재 문화재 23건에 피해가 생겼지만, 대체로 기와 탈락(12건)·벽체 일부 균열(8건)·석탑 옥개석 부재 이동 등(3건)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았다. 첨성대·불국사 등 주요 문화재 23건은 피해가 없었다.

    이들 문화재는 어떻게 지진을 견뎌낼까?

    한옥연구소 이상현 소장은 17일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인 한옥은 기본적으로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 특징을 하나하나 꼽았다.

    "한옥은 못이나 나사를 쓰지 않고 '결구'를 한다. 이를 '장부'라고도 하는데 부재(뼈대 구조를 이루는 재료)를 암수로 구분해 맞추거나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체화 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달리 한옥의 경우 건물이 틀어져도 똑 부러지지 않는 이유다."

    이 소장에 따르면, 장부의 연결부분을 '절점'이라고 한다. 이는 다시 부재에 힘을 가했을 때 밀리거나 돌아가는 것이 '활절점', 부재에 힘을 가했을 때 부러지면 부러졌지 돌아가지 않는 것이 '강절점'으로 나뉜다. 결국 한옥에는 못으로 연결하거나 아예 용접을 해 붙이는 개념인 강절점이 없는 것이다.

    그는 "강절점인 서양식 건축물과 달리, 우리나라 건축물은 부재와 부재가 딱 붙어 있지 않은 활절점이기 때문에, 지진과 같은 강한 힘을 한 번에 그대로 받지 않고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체화 돼 있지 않은 건물 구조, 일시적 강한 힘 분산시켜"

    첨성대(사진=문화재청 제공)

     

    한옥이 땅에 붙어 있지 않는 것도 지진에 상대적으로 강한 요인이라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주춧돌(기둥을 받쳐서 힘을 땅에 전달하는 돌) 위에 기둥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얹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렝이질'이라고 해서 컴퍼스로 주춧돌 위 표면을 따라가면 기둥 모양이 그려진다. 그곳에 기둥을 세우면 주춧돌 위에 곧게 서는데, 그것을 고정하지 않고 그대로 얹어 놓는다. 건축물이 땅과 완전히 붙어 있다면 지진의 엄청나게 큰 충격이 그대로 전달될 텐데, 한옥은 땅이 흔들리더라도 한 템포 늦게, 건물이 따로 흔들리면서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자연석을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주춧돌로 사용하는 것도 이에 한몫한다.

    이 소장은 "지진이 났을 때 주춧돌이 매끈한 돌이라면 기둥이 확 밀려갈 텐데, 한옥의 경우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쉽게 밀리지 않는다"며 "울퉁붕퉁한 면이 기둥을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건물을 보존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은 규격화 된 돌을 쓰지 않았다. 다르게 생긴 돌들끼리 아귀를 맞추기 때문에 서로를 자연스레 잡아주는 힘이 생긴다. 큰 힘으로 밀더라도 바로 밀리지 않는 이유다. (바람이 강한) 제주의 돌담을 떠올리면 된다."

    결국 "우리나라 건축물 구조는 이러한 특징을 보편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내진 설계가 기본적으로 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진이 났을 때 일반 건물보다는,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둔 탑이 상대적으로 더 잘 견딘다"며 "지진이 잦은 일본의 전통 건축물에서 가벼운 지붕을 써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