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직 '윈'(Win)에만 관심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입장을 비판했다.
추 대표는 미국 방문 5일째인 이날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관 뉴욕 한미 금융·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해 "워싱턴D.C.에 가니까 자동차 부품을 미국 역내에서 써야만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의 50%를 미국 제품으로 쓰자는 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런 무리한 요구는 어디서 나왔는가. 바로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원리"라면서 "정확히 말해줬다. 말이 안 통해서 굉장히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가 지난 14~16일 워싱턴D.C.에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보아, 트럼프 정부의 외교·경제 정책 라인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 된다.
추 대표는 "한미FTA 룰이 잘못된 게 아니라 미국산 차가 한국시장에 매력이 없다. FTA를 하면서 5년간 미국 차량을 못팔았다고 하는데, 미국 차량이 한국인 기호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유럽 차량들은 한국에서 잘 팔리는 데, 미국이 못 파는 것은 미국 기업의 문제이지 한국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께서 말한 것처럼 한국이 '군사적인 보호만 받고 미국에 물건만 판다'는 부당한 논리로 압력을 가하면, 그때부터 지정학적 문제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세력인 한국은 개방적이고 국제통상에서 모범국으로 노력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는데, 해양세력에 선 한국을 대륙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우려를 미국이 만들고 있다"며 "한국을 부당하게 대우하면 대륙세력으로 밀어 붙이는 꼴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문제나 대륙 세력 등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제관계가 깊은 중국과 관련한 사안을 뜻하는 것으로, 미국의 FTA 관련 압력이 강해질수록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깊어질 것이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 된다.
추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워싱턴을 방문했던 경험을 전하면서 "미국의 강점은 정권이 바뀌어도 대외정책은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이런 강점이) 다 무너졌다. 대외신뢰도가 무너진 것이 미국의 약점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추 대표는 간담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큰 실익이 없는 농업 분야에서 정치적인 입장으로 무리하게 조속 개방과 추가 개방을 요구한다면, 한국 국회에서의 인준 과정 역시 대단히 험난해질 것"이라며 "개정협상은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인위적인 수지 개선보다는 지난 시간 동안 변화해온 양국이 산업구조를 반영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추 대표와 우리 정부를 향한 미국 금융전문가들의 조언도 있었다.
BNP파리바 소속 브루클린 드와이어(Bricklin Dwyer)는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임기 동안 뭔가를 달성하려는 것이 뭘까'라는 차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접근해야 한다"며 "아마 북핵 상황과 FTA 문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농민의 감정을 호소하는 것은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윈'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초점을 북한 문제 해결에 맞추는 것이 더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FTA문제를 3년 뒤로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소속 톰 번 회장은 "대미(對美) 흑자국을 걸러내고, 거기서 FTA를 맺은 국가들을 두 개의 밴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니, 한국이 나왔다"며 "이게 포괄적이고 정교한 작업으로 (한국이 FTA에서 많은 흑자를 낸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래프 상으로만 한국이 눈에 띄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