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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막내-감성 청년, 男 쇼트트랙 '투 트랙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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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남자 막내-감성 청년, 男 쇼트트랙 '투 트랙 에이스'

    '상반된 에이스'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막내 황대헌(왼쪽)과 새내기 임효준. 내년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의 부활을 이끌 쌍끌이로 기대를 모은다.(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완전히 성격이 정반대다. 한 명은 풍부한 감성을 원동력으로 폭발적인 주력을 선보이고, 다른 한 명은 냉철한 판단과 차분한 성격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임효준(21 · 한체대)과 황대헌(18 · 부흥고)이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의 부흥을 알릴 쌍두마차로 기대를 모은다.

    둘은 1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먼저 임효준은 계주 5000m 결승에 서이라(화성시청)-김도겸(스포츠토토)-곽윤기(고양시청) 등 선배들과 금빛 질주를 합작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효준은 네덜란드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서이라가 되찾은 1위를 끝까지 지켜냈다.

    남자 계주 금메달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처음이자 2014년 월드컵 3차 대회 이후 약 3년 만이다. 계주 3000m에서 승승장구하며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여자팀에 비해 약하다는 인식을 깨끗하게 날려버린 쾌주였다.

    황대헌은 개인전에서 빛났다. 18일 1500m와 1000m에서 잇따라 은메달을 따내며 남자팀에서 유일한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왼팔 부상을 안고도 거둔 성적이라 더욱 값졌다. 부상으로 계주에는 나서지 못한 황대헌은 벤치에서 형들의 질주를 응원했다.

    '평창에선 함께 달려요' 황대헌(오른쪽)은 왼팔 부상 여파로 19일 월드컵 4차 대회 계주 결승에 나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임효준과 함께 12년 만의 계주 우승을 이끌 주역으로 꼽힌다. 사진은 4차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임효준과 함께 레이스하는 모습.(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둘은 사실 대표팀에서는 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니어 시절 부상으로 고전한 임효준은 지난 시즌까지 시니어 국제대회 출전이 전무했다. 황대헌도 2016-2017시즌 도중 서이라의 부상으로 운 좋게 대표 선발전 차순위로 합류한 게 전부였다. 그랬던 둘은 올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둘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고 올 시즌 펄펄 날았다. 임효준은 지난달 헝가리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1000m와 1500m를 석권했다. 여기서 허리 부상을 당한 임효준이 빠진 2, 3차 월드컵에서는 황대헌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1500m를 제패하며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다만 평창올림픽의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4차 월드컵에서 둘은 모두 부상의 여파가 있었다. 허리가 완전치 않은 임효준은 개인전 노 메달에 그쳤고, 황대헌도 레이스 도중 빙판을 짚어야 하는 왼팔이 성치 않았다. 그럼에도 황대헌은 값진 은메달 2개를 따냈고, 임효준은 대회 마지막 종목의 마지막 주자로 화려한 마무리를 이뤘다.

    평창에서 남자 쇼트트랙의 부활을 이끌 둘의 성격은 판이하다. 임효준이 감성적이라면 황대헌은 지성파에 가깝다. 4차 월드컵 직후 인터뷰에서도 이런 성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밝은 임효준, 진지한 황대헌' 지난 15일 쇼트트랙 월드컵 미디어데이에서 대표팀의 단체 사진 모습. 임효준(왼쪽 원)은 미소가 가득한 표정이지만 황대헌(오른쪽 원)은 다소 경직한 얼굴이다.(사진=박종민 기자)

     

    임효준은 계주 금메달의 여운이 채 가라앉지 않은 듯 흥분한 얼굴이었지만 개인전 노 메달의 아쉬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지 임효준은 "개인전보다 계주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켜서 너무 기쁘다"면서 "마지막 주자라 부담이 너무 많이 됐는데 형들과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셔서 결과가 좋게 따라왔다. 기쁘고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잖다. 임효준은 "너무 많은 관중이 오셔서 긴장돼서 내 게임을 못해 너무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1000m 준준결승 실격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탓이다. 임효준은 "개인적으로 중국 선수에게 리드를 뺏기지 않으려고 하다 페널티를 받았다"면서 "침착하게 했어야 했는데 부담감과 들뜬 마음에 흥분을 했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임효준은 "시니어 국제대회가 이번이 두 번째고 대관중 앞에서는 처음"이라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감각도 올라오는데 2, 3차 대회를 못 뛰어서 그런지 너무 급하고 서둘러서 실수가 나왔다"고 자체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값진 교훈을 얻었다. 임효준은 "올림픽 분위기 느낄 수 있어 4차 대회에 출전했다"면서 "개인전에서 실수를 했지만 이런 부분도 배우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현재 부상 부위가 많아 70~80 정도의 몸 상태인데 평창까지 100%를 만들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틀린 그림 찾기?' 19일 4차 월드컵을 마친 황대헌이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한 모습. 처음 화난 듯한 얼굴(왼쪽)이어서 "원래 웃음이 없느냐"고 농담을 하자 겨우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사진=노컷뉴스)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임효준의 인터뷰와 달리 황대헌은 차분하게 침착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황대헌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답변을 내놨다. 18살 막내답지 않은 자세다.

    대회를 끝낸 소감을 묻자 황대헌은 "많이 부족한 것 같고 보완해야 할 점을 꼼꼼이 신경써서 신중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1500m 경기 도중 입은 부상에 대한 질문에도 "부상이 있다고만 알고 계시면 좋겠다"면서 "대회가 지금 막 끝났기 때문에 훈련과 치료에 신경을 써서 최대한 나을 수 있게 해야 할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황대헌은 "새 에이스라는 호칭이 부담스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절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하는데 나는 익은 것 같지도 않다"면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항상 겸손해야 될 것 같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너무 진지한 표정에 취재진 사이에서 "화가 난 것 같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아무래도 임효준보다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선지 나이는 어렸지만 오히려 부담은 없었다. 5000명 만원 관중의 응원에 대해 황대헌은 "아무래도 한국이라서 외국 대회와는 달랐다"면서도 "응원도 해주셔서 힘도 많이 나고 표현은 못하겠는데 한국 대회의 분위기를 느껴봐서 좋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평창까지 남은 각오를 말하면서도 '신중'이라는 단어를 썼다. 황대헌은 "올림픽까지 몇 백일에서 이제 몇 십일이 남으니 조금씩 와닿는다"면서 "D-데이가 줄어들수록 신중히 훈련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평창올림픽에서 4년 전 소치 대회의 노 메달 수모를 만회할 각오가 대단하다. 그 선봉에 '감성 청년' 임효준과 '진중한 막내' 황대헌이 선다. 과연 상반된 두 에이스가 남자 쇼트트랙의 명예를 회복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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