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사령탑 선동열 감독. (사진=KBO 제공)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첫 국제무대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2017'을 마감했다. 한일전에서 연거푸 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분명한 소득도 함께 챙기며 세대교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17' 결승전에서 일본에 0-7로 완패했다. 개막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7-8로 분패한 한국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설욕을 다짐했지만 또다시 고개를 떨궜다.
투수진이 무너졌고 타선 역시 상대 선발 다구치 가스토의 제구력을 공략하지 못하고 단 3안타를 뽑는 데 그쳤다. 첫 국제무대에서의 성장통을 겪는 순간이었다.
◇ 선발 야구 가능하게 한 장현식과 임기영
지난 17일 대만과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임기영. (사진=KBO 제공)
당초 대회를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선발 투수진은 일본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봐도 일본의 투수력은 소문대로 강력했다.
그러나 한국의 선발진 역시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줬다. 결승전에 나선 박세웅은 3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앞서 등판한 장현식과 임기영은 대형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일본과 개막전 선발로 나선 장현식은 부담감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3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일본 선발 야부타 가즈토를 압도하는 투구였다.
대만과 경기에서는 임기영이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7이닝 2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잠재웠다. 대만 1-0으로 꺾을 수 있었던 것도 임기영의 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절대 한국의 선발진이 약하지 않음을 증명한 두 선수다.
◇ '차세대 안방마님 나야 나!'
차세대 대형 포수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한승택. (사진=KBO 제공)
한국 대표팀의 포수를 꼽으라면 강민호와 양의지가 단연 떠오른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뒤를 이어줄 차세대 포수가 절실했다. 그리고 한승택이라는 보물을 얻었다.
한승택은 대표팀이 치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선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할 당시 가장 고민하고 걱정했던 포지션이 포수였다. 그러나 한승택이 첫 국제무대에 기대 이상으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상대 공격 기회를 빼앗는 도루 저지 능력과 투수 리드는 합격점을 받았다.
대회를 치르면서 '미스터 K'라는 칭호까지 얻은 장필준은 "투구 시 마음에 들지 않은 사인이 있으면 거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대회 때는 그런 게 한 번도 없었다"며 "승택이의 리드가 좋았고 믿고 던졌다.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한승택을 칭찬했다.
한승택은 능력을 인정받으며 APBC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한국 선수로는 박민우와 김하성을 포함해 한승택만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 국제무대 경험 챙긴 선동열호, 올림픽 로드맵 완성
한국 야구대표팀. (사진=KBO 제공)
한국은 'APBC 2017'에 참가한 국가 중 유일하게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았다. 일본과 대만은 모두 중요 포지션에 와일드카드를 사용하며 전력을 극대화했지만 선 감독은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세대교체를 먼저 생각했다.
와일드카드를 발탁하면 충분히 우승 전력으로 만들 수 있지만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려 했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 쌓기에 주목한 것이다.
경기전 대표팀은 도쿄돔을 경험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본과 경기에 나선 선수도 거의 없었다. 청소년 대표 시절 붙어본 선수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야구에는 도쿄돔에서 경기를 해본 선수가 25명 더 늘게 됐다.
누차 경험 쌓기를 강조하며 대회를 준비한 선 감독은 결국 25명의 모든 태극전사들이 도쿄돔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장승현이 8회말 한승택을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태극전사 전원 출장을 완성했다.
물론 운명의 라이벌 일본과 실력차는 확실하게 느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오히려 선동열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약 3년 남은 올림픽 기간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깨우친 첫 국제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