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가운데 단원고 양승진 교사와 남현철,박영인 군의 발인식이 20일 진행했다. (사진=신병근 기자)
"많이 사랑해줬잖아. 많이 사랑해주고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보내자. 마음 편하게 보내줘…."
20일, 세월호 참사 1천315일째…. 단 하나의 뼛조각조차 찾지 못한 채 아들이, 동생이 가는 마지막 길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와 형은 서로를 위로하며 안간힘을 다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9명 중 한 명이었던 단원고 고 박영인군의 어머니 김선화씨는 동생의 빈 유골함을 붙잡고 오열하는 형의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이제는 됐다. 보내 주자'고 말하고 있는 김씨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단원고 미수습자 가운데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양승진 교사와 남현철·박영인 군의 발인식이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동료·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스승과 제자들은 유골 조각이라도 찾고 싶은 가족들의 바람에 끝내 응답하지 못했다.
관에는 유해 대신 선체 수색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가지 등 유품들로 채워졌다.
발인식에는 존경받는 교사이자 다정했던 친구들이었던 고인들의 제자들과 동료, 친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과 4·16 가족협의회도 이른 새벽부터 나와 유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부축을 받으며 영정을 따라 운구 차량으로 간 양승진 교사의 아내는 관이 차량에 실리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못 찾아줘서 미안해 여보. 엄청 좋은 데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이렇게 시신도 못 찾고 장례 치러서 정말 미안해"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발인 전 청심환을 먹으며 마음을 추스르던 박영인 군의 가족들은 영정을 보며 어깨만 들썩이며 눈물을 삼키다 운구 차량 문이 닫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운데 단원고 양승진 교사와 남현철,박영인 군의 발인식이 20일 진행했다. (사진=신병근 기자)
남현철 군의 부모는 기력이 다한 듯 지친 표정으로 손을 잡고 서로를 부축하며 아들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운구차는 양 교사와 영인·현철 군이 마지막 생활 터전이었던 단원고등학교로 향했다.
영정은 생전의 자취가 남은 학교 교무실과 두 학생이 공부하던 2학년 6반 교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이어 미수습자들의 운구 행렬은 안산시청을 거쳐 수원 연화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유품을 담은 관을 대신 화장한 뒤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평택 서호공원에 안장됐다.
◇ 추모와 일상의 '공존'…아픔 보듬는 안산
이날 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 사람의 장례식이 치러짐에 따라 총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3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산 지역사회에 곳곳에 났던 생채기도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다.
안산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분향소에서 가까운 식당 몇 곳에서는 장사가 너무 안돼 갈등도 있었다"며 "다만 상인들도 지인의 자녀가 희생되는 등 아픔을 함께 겪고 아파했다. 향후 세월호 가족들이 몸과 마음을 잘 추슬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도 희생된 아이들의 영면을 기도하며 애도를 표하면서도, 일상안으로 추모 행위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은 모습이다.
엄숙했던 화랑유원지는 이제 음료를 들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부터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나눠 먹는 사람들까지 생겨 추모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안산시 세월호 사고수습지원단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피해를 본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하려는 시민이 여전히 많다"며 "진상규명이 완벽하게 잘 되고, 추모시설도 잘 마무리 돼서 가족들이 일상으로 온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