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과 지역 산업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 인턴제도가 사회적 보장 장치가 없이 운영되면서 실습 대학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근로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채 위험한 산업 현장으로 내몰리다 급기야 사망 사고까지 발생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대 환경공학과 4학년이던 이지훈(26)씨가 숨진 건 지난 9월 1일 오전 11시 40분쯤이다.
경북 구미 LG이노텍 10미터 높이의 대기오염 방지 구조물에서 추락해서다.
안전모만 쓴 채 별다른 보호 장구도 없이 1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기 오염 측정 장비를 한 손에 들고 사다리를 내려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인은 장기 파열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오염 측정업무를 대행한 업체 직원 한 명뿐이었다.
측정 업무는 자격증을 가진 대행 업체 직원이 해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자격도 없는 이 씨가 올라가 측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이 씨는 지역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로부터 급여를 지원받는 산업 인턴 신분으로 환경 측정 대행업체인 중앙환경 기술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지난 7월부터 10월 말까지 석 달간 월 13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급여는 산업통상 자원부에서 전액 지원됐고 채용 업체 담당 직원에게도 30만 원의 수당이 별도로 지급됐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일했지만, 정작 근로 계약서나 4대 보험조차 가입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다 보니 산재 처리를 위해 사망 이후 뒤늦게 보험에 가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구대가 올해 선발한 산업 인턴 13명이 모두 같은 사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대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산업 인턴제는 학생 신분으로 학점을 인정받으며 일하는 방식이어서 근로 계약서나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며 "올해 선발된 대구대 소속 13명 산업 인턴 모두가 같은 사정"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학생을 선발했던 대학 측이나 사고가 발생한 LG 측이나 모두 나 몰라라 하기만 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씨의 아버지는 "대학 측이 연구 개발 인턴으로 선발해 놓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방치했다"며 "업무를 위탁한 LG 측도 대행 업체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룬 채 흔한 조화 하나 보내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LG이노텍은 "환경관련 법에 따라 대기오염 측정 업무는 전문 업체에 위탁하게 돼 있고 측정 업무의 공정성을 위해 회사 직원이 측정 현장에 있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유족을 직접 만나뵙고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는 것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대 측도 "유족과 충분히 논의해 원만히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산업 인턴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제도 보완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지훈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제도 보완까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다행히 청와대가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LG도 늦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사과를 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이노텍은 22일 회사 책임자 등이 이 씨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