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에서 윤소소 역을 맡은 배우 이연희 (사진=이한형 기자)
'힐링 드라마'라는 평을 받은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에는 각자의 사연을 지닌 여행객들이 등장한다. 이연희는 극중 가이드 윤소소 역을 맡아, 커플 여행을 꿈꿨지만 혼자가 돼 패키지여행에 끼게 된 산마루(정용화 분)과의 로맨스를 만들어 갔다.
그래서인지 '더 패키지'에서는 평상시보다 불확실한 면이 많아 더 짜릿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여행에서 만난 연인'의 달뜬 모습이 잘 나타나 있었다. 불 붙은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키스씬, 베드씬 등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 패키지'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연희는 소소가 마루에게 빠졌던 이유에서부터 그간과는 달랐던 다소 수위가 있는 애정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노컷 인터뷰 ① '더 패키지' 이연희가 가장 기뻐했던 말 "윤소소 가이드님")◇ 따로 상의는 하지 않았지만 한 번에 OK된 키스씬 소소가 마루에게 왜 빠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연희는 "일단 돌직구가 아닐까"라며 솔직함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가이드들도 혼자 온 관광객들한테 좀 눈이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나이대도 약간 비슷해, 생긴 것도 좀 잘생겼고… 모든 일하는 관계에서도 그렇지 않나. (기자들도) 만약 새로 들어온 기자가 있는데 잘생기면 관심이 가잖아요? (웃음) 그런 게 끌리지 않았을까. 사건 해결할 때도 같이 있고 술도 한 잔 마시고, 그러다 실수하고 외딴 섬에도 떨어지고요."
외딴 섬에 떨어져 있을 때 마음을 확인한 소소와 마루는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이연희는 이 씬을 두고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를 굉장히 고민했다. 키스 후 콘돔 이야기를 한다는 건, 깊은 관계까지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루도 마루대로 고민이 많았다더라. 막상 촬영할 때는 상의 안 했다. 전 그런 얘기를 잘 못한다. 키스씬을 상의하는 사람도 있나요? 좀 부끄럽지 않나. (웃음) 어떻게 남녀가 그런 과정을… (웃음) '이렇게 보여줘야 돼' 하면서 회의 안 하잖아요. 40대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장면은 동트기 전에 바쁘게 찍었다. 너무 춥기도 했다. 12월에 얇은 옷 입고 촬영해서. 그래도 '용화야, 우리 한 번에 가자'라고는 했다. NG 없이 갔다. 모든 키스씬이. (그 장면들 모두) 마음에 든다."
2001년에 데뷔해 벌써 데뷔 17년차이지만, 이연희는 아직도 애정씬으로 인한 걱정을 갖고 있다.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가 그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어느 정도 수위가 있는 씬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편이라고.
아직까지 성숙한 연기를 많이 해 보지 못했다는 이연희는 "(부모님이) 베드씬 그런 건 좀 걱정하실 것 같다"면서도 "나이를 먹을수록 어떤 정도 수위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더 패키지' 캡처)
'더 패키지'에는 마루의 성적 판타지가 드러나는 상상씬도 있었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소소를 만난 마루가 가터벨트를 차고 채찍을 휘두르는 소소를 떠올린 것. 방송 이후 '이연희 가터벨트'라는 검색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연희는 '더 패키지'에서 보여준 다양한 애정씬에 대해 만족해 했다. 그는 "수위가 높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상으로 봤을 땐 남녀 간의 불 붙은 사랑을 표현한 거라고 봤다. 이해가 됐다"며 "저는 부끄럽다기보다는 당당해서 좋았다"고 밝혔다.
소소는 여행 중에 마루라는 운명적 상대를 만나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 작품을 통해 이연희의 사랑관도 달라졌을까. 그는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전에는 사람을 알고 깊게 지내기가 무서웠는데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랑 이렇게 즐겁게 얘기하면 통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근데 그런 사람이
고 하다 보면 취향 같은 것도 그렇고 통하는 게 있더라. 알고 봤더니 많이 않더라. 그래서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
◇ 두 번째 사전제작 드라마… "반응도 같이 와서 좋았다"'더 패키지'는 100% 사전제작이었다. 방송 시기는 늦었지만 이연희가 출연한 다른 작품 '다시 만난 세계'보다 촬영은 훨씬 전에 마친 상태였다.
같은 사전제작이지만 평일 저녁에 방송됐던 '파라다이스 목장'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이른바 '미니시리즈' 시간대가 아니어서 반응이 덜했기 때문이다. 이연희는 "전에는 찍어놓은 게 어떻게 나왔는지에만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시청자) 반응도 같이 오니까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연희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유를 들며 "너무 재밌어서 항상 (본방을) 챙겨봤다"며 웃었다. 배우들도 방송용으로 최종 편집된 건 일단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연희는 "진짜 힘들게 촬영했는데 너무 잘 나와서 한편으로는 너무 좋았다. 편집도 잘해주시고 음악도 좋고 다 너무 좋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을 물었다. 그러자 이연희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을 소개했다. 그가 꼽은 장면은 정용화가 정조대를 착용하는 장면, 최우식이 몽마르트 언덕에서 뛰어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사진=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제공)
"용화 정조대 씬은 현장에서는 그렇게 웃기지 않았다, 그냥 찍느라 바빠서. 편집한 걸 보니까 너무 웃기더라. 단톡방에 실시간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올라왔다. 너무 잘 살려줬다. 감독님이 저희를 굉장히 믿어주시기도 했고 현장에선 상의할 시간이 없었다. 배우들이 연기 호흡을 각자 맞추는 거였다. 용화가 정조대 차고 기도하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웃음) 그런 장면이 나올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지만 저희들끼리 너무 웃고 보느라 그래서 더 애정이 가나 보다. 서로 응원 많이 해 줬다. 슬픈 장면 나오면 '선배님들 너무 멋있었어요' 하면서 박수쳐 주고.
우식이도 정말 웃겨요. (웃음) 몽마르트에서 뛰어내려오는 장면 한 번 봤는데 슬로우 모션을 걸어놓으셔서 너무 웃긴 거다. (웃음) 슛 들어가는데 상의 없이 우식이가 넘어져 버렸다. 촬영 (카메라가) 아직 돌고 있는데! 저는 그거 보고 '미치겠다' 이랬다. (웃음) 모든 게 다 상의가 없으니까 어떤 행동이 나올지 모르겠더라. 찍을 때 너무 재밌고 웃겼다."
◇ '너무 사이좋은' 배우들… 시즌2 욕심도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하자 "진짜 너무 좋다. 너무 돈독해졌다"는 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그만큼 그는 '더 패키지'에서 만난 인연들을 특별히 여겼다. 그 중 상대역이었던 정용화에 대해선 "용화가 마루 역할을 해 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본 미리 나와 있어서 얘기를 많이 했다. 동생이지만 저도 처음엔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잘 몰랐다. 알고 싶어도 이 친구의 작품을 많이 읽진 않아서 어떤 느낌을 낼까, 어떻게 연기를 받아쳐야 할까 걱정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옆에서 지켜 본 결과, 음악적으로 천재적인 감각 갖고 있다. 배우로서 굉장히 좋은 게 (혼자서는) 그렇게 고민했지만 겉으로 볼 때는 너무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도 막 배우들이랑 놀았다. 말 끊임없이 하고. (웃음) 용화 씨도 진짜 마루로 있었던 것 같다. 좋은 파트너였다."
이연희는 "제 동생으로 나온 (윤)박이도 좋다. 박이는 한 살 오빠인데, 처음 만나자마자 '진짜 미안한데 저랑 동갑하시죠'라고 했다. 제가 또 빠른(88년생)이거든요. 제 동생 역할니까 말 편하게 하자고 했는데 그걸 또 되게 쿨하게 잘 받아줬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배우들도 사이가 너무 좋다. 누구 하나 현장에서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더 패키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이고, 시청률은 낮은 편이었으나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종영해 시즌2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진전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이연희는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저한테 들어온다면 꼭 하고 싶다. 누가 됐든 간에 시즌2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저희는 너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새해에는 웃는 일 더 많이 생겼으면"
배우 이연희 (사진=이한형 기자)
1988년생인 이연희는 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30대가 되어 새롭게 느껴지는 변화를 묻자 그는 "어느 순간에는 완전히 지쳤다. 너무 달려오기만 했어서"라며 말문을 열었다.
"'더 패키지' 들어가기 전에 진짜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고 했었는데 '내가 앞으로 더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해야 되는 건가', '뜻대로 잘 안 될 때도 많아서 앞으로 또 견딜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좀 지나고 나니까 (이런 게) 또 너무 감사한 거더라. 배우가 쉽게 할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 몇 년을 했다는 건 내가 나에게 어떤 운명? 운명의 직업이라는 게 아닐까. 내가 뿌리치려고 해도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지 않나.
일이라는 걸 내가 좋아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이 많이 없잖아요, 뜻대로. 내가 좋아해서 시작했던 직업이라서 모든 순간 감사함으로 돌아갔고, 좀 더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어떻게 좀 더 하나라도 열심히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거 같다. 죄송하지만 이제서야. (웃음)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던 시기가 진짜 없었다."
이연희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작업만 쭉 해 왔지만, 드라마만 고집하는 건 아니란다. 그동안은 매력적인 인물이 보이면 무작정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얼만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제가 그걸 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술술술 재밌게 읽히면, 딱 좋아하는 게 생기면 그런 작품을 고를 것 같다"고 밝혔다.
극중에서 맡았던 '소소'라는 이름처럼 평소에도 잘 웃는 편인지, 요즘은 무엇 때문에 웃고 있는지 물었다. 가족, 친구들과 있을 때 진지한 편이고, 예전에는 경직된 부분도 많았지만 요즘 들어 좀 편해진 것 같다고.
"잘 웃는 편인데, 일할 때는 되게 경직됐었다. 지금은 오히려 한결 편해지고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새해에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라고 물어봤었는데 '웃을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웃을 일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