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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중단'도 관심없다? 中 중재도 뿌리친 北 속내



통일/북한

    '쌍중단'도 관심없다? 中 중재도 뿌리친 北 속내

    외면받는 中 쌍중단 '평창' 활용 가능성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 일정을 마치고 20일 저녁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서우두(首都) 국제 공항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베이징 김중호 특파원)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안으로 제시한 ‘쌍중단’이 미국의 반대와 북한의 무반응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쌍중단(雙中斷)은 중국의 용어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중재안이다. 원래는 북한의 주장이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5년 1월 10일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 시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비슷한 얘기가 북한에서 나왔다.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도 지난 6월 인도 방송 위온(WION)과의 인터뷰에서 "일정한 상황에서 우리는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 조건을 논의할 뜻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주장을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중단, 즉 쌍중단(雙中斷)으로 바꾸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추가한 것이 지난해 6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제안이다.

    중국의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연기 또는 중단을 연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입구에 들어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평가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쌍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면서 쌍중단 이야말로 "현 상황에서 가장 실현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된 중국의 '쌍중단' 제안에 대해 전혀 눈길을 주고 있지 않고 있다.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최근 북한을 방문했지만, 이례적으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다.

    쌍중단을 매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중국으로서는 국면전환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핵동결 요구를 일축하고 핵무력 완성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한다고 해도 핵무력을 완성한 뒤 동등한 핵보유국의 위치에서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들의 핵무력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도 '세계 비핵화'를 언급하는 이유이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7차 당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쌍중단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핵무력을 완성하겠다는 북한 사이에 끼어 국면전환의 계기가 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쌍중단 카드의 유효성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쌍중단 카드의 유효성이 사라졌다거나, 이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없어졌다기보다는 최근의 전체적인 정세 때문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압박 국면 속에서 중국이 자기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고, 현 시점에서 중국의 입장을 수용하기 시작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판으로 휩쓸려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분단 이후 언제나 해온 것인 만큼, 북한의 협상 테이블에 항상 올라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쌍중단 카드를 적극 활용할 계기로 주목되는 것이 내년 2월 평창 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이다.

    지난 13일 유엔총회에서는 이 기간을 포함해 내년 2월 2월부터 3월 25일까지 전세계의 적대 행위를 일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휴전 결의가 채택됐다.

    문제는 내년 3월초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꼭 휴전결의안 채택이 아니라고 해도 평화를 내건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키리졸브 훈련은 연기될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쌍중단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우선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그 다음 단계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떤 상응한 조치를 취할지 대화 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평창 올림픽 기간에 키리졸브 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카드로 북핵 대화와 핵·미사일 활동 동결 등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도 올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동계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쌍중단 카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세계가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올림픽 기간에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올림픽을 앞둔 애매한 시점을 골라 핵무력 완성을 위한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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