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에도 어김 없이 고사장을 잘못 찾아온 수험생부터 늦잠으로 지각한 수험생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익숙하지만 급박했던 수능 아침 풍경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역시 지각생이다. 서울 이화여자외고에 입실 완료를 20분 앞두고 도착한 한 수험생은 고사장을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차를 타고 부리나케 이동해 제 시간에 입실했다. 오전 7시 53분쯤에는 부모의 차를 타고 고사장을 가다 길을 잃은 수험생이 경찰차로 옮겨 타고 6분 만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오전 7시 57분에는 서울 서울고를 가야할 수험생이 서초고에 왔다가 역시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을 옮겼다.
이어 8시 5분에는 영등포구청 차량이 수험생 1명을 태우고 입실완료 5분 전 간신히 반포고 고사장에 도착 했다. 같은 시간 충북 충주 충주여고에서는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수험생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 입실완료 1분을 남기고 무사히 시험장에 들어섰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역시 입실 완료 1분을 남긴 8시 9분쯤 서울 여의도고에서는 경찰차에서 내린 수험생이 부리나케 시험장으로 달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처럼 지각생들을 살린 것은 '익숙한 상황'에 대기 중이던 구청과 경찰 차량들이다. 경찰은 수험생 태워주기 955건, 수험표 찾아주기 13건, 고사장 착오 수험생 수송 59건 등 지원활동을 벌였다.
경찰의 경우 경기 의정부에서 서울 용산구까지 42km를 30분만에 주파하는 기동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의정부로 이사한 수험생이 수험표를 잊고 나온 것을 알고 다시 집에 갔다가 경찰에 도움을 청했는데, 경찰이 이 학생을 태워 제 시간에 고사장에 들여보낸 것이다.
소방당국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경남 진주에서는 119구조대가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도움을 청한 수험생을 '구조'한 뒤 고사증으로 날랐다. 경기 안양에서도 문고리가 망가져 방에 갖힌 수험생이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대전에서는 119구조대가 버스가 오지 않아 도움을 청한 수험생을 태우고 고사장에 가는 일도 있었다. 앰뷸런스 사이렌까지 울리며 달린 119구조대 덕분에 해당 수험생은 무사히 시험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소방청은 응급구조사를 포함한 소방공무원 2천372명을 전국 시험장에 2명씩 배치해 긴급환자 발생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아예 새로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도 생겼다. 충북 청주에서는 늦잠을 자 당초 배정받은 시험장으로 가지 못한 학생이 거주지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선택 과목이 같은 학교여서 인적사항과 수험표 확인 뒤 정상적으로 수능을 볼 수 있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도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한 수험생이 새벽 1시쯤 급성 위장염 때문에 병원으로 옮겨진 뒤 병원에 차려진 시험장에서 수능을 봤다. 경남 양산에서도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학생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진 피해가 났던 경북 포항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규모 2.0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진동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라 시험을 중단하는 조치 등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