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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검찰 특활비' 십자포화?…내부서도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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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검찰 특활비' 십자포화?…내부서도 갈팡질팡

    근거 없는 검찰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 제기에 비판론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 의혹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검찰 특활비의 법무부 상납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단순 발목잡기 수준에 그쳤다.

    한국당은 국회에 나온 박상기 법무장관을 향해 특활비 청문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특활비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논리와 근거가 부족해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최대 쟁점은 한국당이 들고 나온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이었다. 국정원이 박근혜 청와대에 특활비 상납했다는 의혹으로 전 국정원장 등이 구속되자 한국당이 들고나온 반격 카드였다. 지난 18일 한 언론에서 먼저 검찰 특활비 100억 여원이 법무부로 상납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홍준표 대표 등이 이에 적극 동조했다.

    한국당 법사위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하면서 여야는 23일 국회에 방문하는 박상기 법무장관을 향한 현안질의로 이를 대신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한국당은 연일 검찰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을 띄우며 십자포화식 검찰 견제를 의도했다. 대검찰청 항의방문과 주광덕 의원의 박상기·문무일 뇌물수수 혐의 고발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막상 열린 법사위에서 한국당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홍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지도부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안이지만 위원들 내부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의 골자는, 검찰에 대한 예산 편성권이 있는 법무부가 검찰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배당된 예산 중 일부를 검찰에 내려보내지 않고 법무부 차원에서 쓴다는 것이다. 한국당 측은 이것이 검찰에서 법무부로 가는 흐름은 아니지만, 검찰총장의 암묵적인 승낙 하에 법무부가 예산을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2017년도 기준 법무부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285억여원의 예산 중 검찰 활동과 관련한 특활비 명목으로 179억, 법무부 몫의 예산으로 106억원이 나뉘는데 검찰 활동 특활비 179억에서 법무장관이 일정 부분을 사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반 한국당의 초점은 법무부 몫의 예산 106억원이었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이 예산을 '법무장관의 쌈짓돈'이라고 표현하며 "지금까지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의 6~70%만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나머지 3~40%는 법무부에 유보해왔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애초에 검찰 몫이 아닌 법무부에 배정된 몫이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한국당에서 법무부가 105억을 상납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액수도 틀렸다. 106억원"이라며 "그러나 이는 그 자체가 법무부 예산이라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보인다. 오늘 법사위에서 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처음에 한국당은 285억 중에서 105억을 왜 썼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가, 법무부에서 쓰는 게 정당했다고 밝혀지니까 그 다음 번에는 '179억 중에서는 얼마를 썼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과연 이게 법무부 특활비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 특활비가 문제가 되니까 맞불을 놓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다음으로 한국당이 초점을 맞춘 것은 검찰 활동 몫으로 규정된 179억원이었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박상기 법무장관을 향해 "2016년 기준, 검찰 특활비 177억 중 장관님이 쓰신 특활비는 어느 항목이냐"고 대뜸 물었고 박 장관은 "제가 썼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질문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굴하지 않고 "이 돈이 대검에서 주로 수사용으로 쓰는 돈이 아니냐. 검찰에 (법무부가) 재배정을 해줄 때 몇 퍼센트를 해주냐"고 물었고 박 장관이 답변을 거부하자 "4분의 1 이상은 되냐"고 물었다. 박 장관이 부인하자 윤 의원은 "그러면 한 자리 정도의 퍼센트냐"고 질문했다. 검찰 특활비 중 법무부 장관이 일부를 사용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 백 의원은 한국당이 주장하는 특활비의 성격을 규정했다. 백 의원은 "검찰 특활비가 아니라 '검찰 관련 활동을 위한 특활비"라고 했고, 법무부 측은 국제사법 공조, 범죄수익 환수 등 법무부에서 하는 활동에 이 예산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검찰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이런 현안 질의가 법사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현실"이라며 " 9년 동안 정권을 잡았던 야당이 그 전에 편성해놓은 예산을, 이제 겨우 정권 잡은 지 5개월 되고 현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걸 따지는 게 있을 수가 있는 일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장관을 역임했던 황교안 전 총리를 언급하며 "이 분들에 대해 다 따지고 조사하는 걸 원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앞서 홍 대표는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도 특활비를 법무부에 상납했다, 이 또한 똑같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민주당 측은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을 지낼 당시 홍 대표의 특활비 사적 유용 의혹을 들고 나서며 특활비 공방이 펼쳐졌다. 홍 대표는 "내가 공금을 유용할 정도로 부패하거나 어리석지는 않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앞뒤가 꼬이면서 해명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홍 대표가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을 하다가 자승자박하는 꼴이 되고, 검찰 출신 한국당 의원들이 특활비 시비를 한다고 본다"며 "홍 대표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성완종리스트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활비 공세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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