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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휴대전화들…국정원 변호사 유족, 사망 의혹 제기



법조

    사라진 휴대전화들…국정원 변호사 유족, 사망 의혹 제기

    투신 구조 상황, 번개탄 현장도 곳곳 의문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정원 소속 故 정치호 변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故 정 변호사는 지난 10월 30일 인적 드문 소양강댐 입구 주차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수사방해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소속이던 정치호 변호사에 죽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정 변호사 유족과 김용민‧김인숙‧김필성‧김진형 변호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단순히 자살로 종결하지 말고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 변호사의 죽음에 대한 몇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 1차 투신 자살 시도?

    정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53분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한 다리에 차를 주차하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는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해양기동대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다만 유족과 변호인단은 이 다리 아래 수심이 1.5m 내외로 깊지 않고, 수영을 잘하던 정 변호사가 다리에서 뛰어내린 뒤 스스로 난간에 올라가 서 있는 상태로 구조됐다며 자살시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조된 이후 파출소 조사과정에서 자살시도 이유를 "그냥"이라고 답한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는 등의 조치없이 파출소에서 2시간 동안 잠을 자도록 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 사라진 휴대전화 2대

    정 변호사는 평소 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2대는 정 변호사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고, 나머지 1대는 누구 명의로 개통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 전화로 가족이나 친한 동료 변호사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정 변호사의 차량에는 1대의 휴대전화만 있었다. 특히 유족이 최근 정 변호사 명의로 개통되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자 모르는 남성이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전원이 계속 꺼져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정원 소속 故 정치호 변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故 정 변호사는 지난 10월 30일 인적 드문 소양강댐 입구 주차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진=박종민 기자)

     

    ◇ 자살현장의 의문점

    정 변호사가 숨진 차량 안에는 빈 소주병 2병과 뚜껑만 열린 소주병 1병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빈 소주병 2병은 번개탄을 피우는 받침대로 사용됐는데 그을음조차 묻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현재 보관하고 있는 이 소주병들은 깨지고 차량 매트가 녹아 눌러붙은 듯한 모습을 띄고 있다.

    또 발견 당시 정 변호사의 표정은 마치 잠을 자는 듯이 평온하고, 시신 옆에 뚜껑이 열린 소주병에 소주가 가득 찬 상태였다. 번개탄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일반적인 자살 사건과 차이가 크다.

    특히 정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검찰에서 매우 협조적인 태도로 조사받았고, 2차 조사 때 관련 증거를 제출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런데 정 변호사 차량에서는 3개의 보자기와 빈 여행용 가방이 발견됐다. 보자기는 법조인들이 종이 기록을 묶는 용도로 보통 사용한다.

    이 가운데 2개의 보자기는 귀퉁이에 매듭이 있는 상태로 다른 귀퉁이가 가위로 잘려나간 듯 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정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할 사건 관련 증거 기록이 사라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유족과 변호인단의 생각이다.

    ◇ 수상한 부검결과

    정 변호사 부검결과 혈중칼륨농도가 15mEq/l로 나타났다. 혈중칼륨농도 정상치는 3.7~5.3mEq/l이고, 5.5mEq/l부터는 고칼륨혈증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또 번개탄을 이용해 죽음에 이른 정 변호사 손은 번개탄 흔적없이 깨끗한 상태다.

    결국 정 변호사의 죽음에 다른 요인이 개입된 것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정 변호사 유족과 변호인단은 ▲2015년 마티즈 번개탄 사건과 유사성 ▲정 변호사 유족 휴대전화 해킹의혹 ▲다른 필체로 정 변호사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들은 타살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충족될 경우 검찰에 수사의뢰나 고소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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