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대부분 "예약 안 받아요"…강릉 공실 정보시스템도 '유명무실'강원도 "외국인 장기투숙객만 기다리다간 공실 사태"…행정처분 총동원
"굳이 강릉에서 주무시지 말고 KTX 있으니까 오셨다가 집 가서 주무시는 건 어때요? 여기 다 바가지에요.", "바쁘지 않으시면 열차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운영하니까 당일 오셔도 구경하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지역의 숙박업소에 올림픽 기간 숙박이 가능한지 묻자 업주들은 되레 당일치기를 권했다.
문의한 10여 곳 중 예약이 가능한 곳은 단 두 곳.
열에 여덟은 "외국인 단체 손님을 받아서 예약이 다 찼다"거나 "아직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굳이 개최지에서 잘 필요 있느냐"는 등 이유로 예약을 받지 않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강릉지역 숙박업소는 예약이 가능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평창에서 숙박이 가능한 두 곳도 기존의 비수기, 준성수기, 성수기, 극성수기에 '올림픽 기간'이라는 요금체계를 만들어 극성수기보다 2∼3배 비싼 요금을 요구했다.
극성수기에도 17만9천원을 받는 12평짜리 2인실 가격은 44만8천원까지 올랐고, 최대 13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60평짜리 객실 가격은 178만3천원에 달했다. 고개가 절로 갸웃해졌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푸념에 업주들은 "외국인 손님들이 오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차마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릉시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올림픽 손님과 빈방이 남아도는 숙박업주를 이어주고자 만든 '강릉 숙박시설 공실 정보 안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 시스템에 등록한 업소를 누르면 올림픽 기간 중 객실 최저가와 최고가가 나온다.
최고가는 50만원 이상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으나 실제 문의하면 올려놓은 가격보다 더 높은 요금을 요구했다.
예약 현황도 최신 정보로 바뀌지 않은 탓에 '예약 가능'을 보고 문의했다가 "아직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기도 했다.
손님과 숙박업소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할 공실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숙박업소 예약사이트 역시 여전히 하루 30만∼60만원에 올려둔 곳이 수두룩했다.
아주 간혹 20만원 안팎의 '양심적인' 곳이 가물에 콩 나듯 눈에 띌 뿐이었다.
업주들이 이처럼 비싼 요금을 받으며 내세우는 논리는 '수요와 공급' 법칙이다. 수요가 있으니 시장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수요가 있을 테니 이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심리와 '외국인 손님을 받기 위해 시설투자를 했다'는 보상심리가 더해진 '거품이 잔뜩 낀' 가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역 숙박업소에는 아직 외국인 예약 관련 문의조차 받지 못한 곳도 있을뿐더러 숙박률이 3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강원도는 추산한다.
강원도와 평창군, 강릉시는 적정 가격으로 유도하고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내놓은 업소에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강제로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업주들의 눈치 게임만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막연한 기대로 외국인 장기투숙객만 기다리다가는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후도시에는 10만원 안팎의 양질의 숙박업소가 즐비한 데다 다음 달 15일 이후 개통 예정인 서울∼강릉 KTX의 요금, 거리, 시간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숙박요금은 입장권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강원도는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업주들을 모아두고 적정 가격선과 공실 우려를 지속해서 설명했다.
조만간 올림픽 통합안내 콜센터를 만들어 외국인들이 바가지요금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인터넷 사용이 미숙한 업주들과도 연결해줄 방침이다.
강릉시는 바가지요금을 뿌리 뽑고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음 달부터 단속에 나선다.
TF는 강릉시 공실 정보 안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숙박업소와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는 숙박업소를 지속하여 모니터링해 건축법, 주차장법, 공중위생법, 소방시설 등 불법사항에 대해 단속한다.
불가능한 가격 규제 외 행정적으로 가능한 처분은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강원도 올림픽운영국 숙식운영과 관계자는 "과도한 바가지요금은 관광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릴 뿐"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적절한 숙박요금을 정해 객실을 제공해야 공실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