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료사진.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7일 "구체제의 잘못을 안고 가는 '비빔밥식' 화합과 통합은 안 된다. 암 덩어리는 도려내야 한다"며 친박 청산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잘못된 것은 도려내고 드러내야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이 자신을 겨냥,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자제를 촉구한 데 대한 일축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의 '사당화(私黨化)'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비박계 원내대표를 강행, 친박 청산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출당시키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박계‧친홍(親洪) 인사를 원내사령탑에 앉힌 뒤 의중대로 '제명 의총'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아직도 구체제 잔재들이 준동하고 갈등을 부추기려고 하고 있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새롭게 태어나지 않고 구체제의 잘못을 안고 가는 것은 통합도 화합도 아니다"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홍 대표가 연일 친박계를 몰아세우고, 친박계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면서 당내 계파갈등은 증폭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오전 최고위에서 김태흠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공개 비판하자, 홍 대표의 측근인 이종혁 최고위원(원외)이 "예우를 갖추라"며 맞받아쳤다.
계파 갈등이 증폭되면서 12월 중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도 뜨겁게 맞붙는 구도로 짜여 지고 있다. 비박계‧친홍‧바른정당 복당파 등을 중심으로 김성태(3선) 의원이 친박계 홍문종(4선) 의원과 거세게 경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자는 차원에서 초선의원 14명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리당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우리들은 계파주의 배격을 천명하고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런 계파정치의 징조가 나타난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 60명으로 추산되는 범(凡)친박 성향의 '중간지대'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과 같은 맥락에서 이주영(5선) 의원이 '통합형 원내대표' 카드를 만지며 경선 참여 초읽기에 들어갔다.
홍 대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속된 말로 '비빔밥식'으로 화합하고 통합하자는 것은 안 된다"고 단언하면서 "고름과 상처를 그대로 두고 적당히 봉합해 가면 상처가 덧난다. 암 덩어리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통합형 지도부에 대한 반대,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찬성의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홍 대표 측에서도 '이주영 카드'가 아직 살아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홍 대표 측 일각이 '결국 김성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사람'이라는 논리로 홍 대표와 오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주영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