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환노위원장. 자료사진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하는 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수당과 도입 방법 등을 놓고 노동계와 일부 의원들이 자칫 노동법 개악에 그칠 수 있다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오전 열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대 이슈는 단연 주당 노동시간을 둘러싼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여부다.
올해 초만 해도 여당을 비롯해 진보 성향 정당은 노동계와 함께 입을 모아 노동시간 단축을 촉구했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여기에 연장근무를 더해 최대 52시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주말 근무를 따로 계산하도록 행정해석한 바람에 최대 68시간까지 허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든 후보가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하면서 주 52시간 단축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더구나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관련 행정해석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압박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심지어 노동부 수장인 김영주 장관조차 지난 2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논의하기 전에 장시간 노동을 초래한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부터 사과하라"는 요구에 "국내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송구하다"고 사과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 환노위는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주말수당 중복할증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은 주말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받을 수당을 하루 8시간까지는 휴일수당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진보 성향 의원들이 기본수당에 더해 휴일수당(50%)과 연장수당(50%)을 중복할증 적용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법 개정은 불발에 그쳤다.
애초 노동자가 주말에 8시간 이내 근무한 경우 휴일수당을 50%만 할증하도록 한 이유는 노동부가 연장노동에 주말노동을 포함하지 않아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하도록 한 행정해석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자연히 수당도 늘어나야 한다. 또 노동계는 주말수당을 중복할증해 휴일 근무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늘릴수록 실제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홍 위원장과 여야 간사, 보수 야당이 중복할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업 부담 완화'다.
애초 정부가 곧바로 행정해석을 폐기하거나,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노동시간 및 연장수당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이 내려지면 곧바로 법이 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만큼 기업 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둬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수당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애초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수당을 받지 못했고, 기업들이 헐값에 주말 노동을 강요하던 것을 정상화할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근로기준법을 있는 그대로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며 "없던 법을 만들어 노동자를 보호해도 시원찮을 판에 있는 법을 제대로 적용하라고 해도 이를 개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7일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서 여당 환노위원들을 불러모았지만, 이견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8일 환노위를 앞두고 양대노총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기자회견'을 열고 "근기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남 대변인은 "시급한 노동개혁 입법도 미루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주장한 친노동 정부·노동 존중 사회와 전면 역행하는 조치인만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