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美 F/A-18 전투기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추진을 천명하면서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29일 새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실현 가능성은 낮아졌다.
지난 14일 유엔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가의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 4월 이후로 연기되고 그 전에 남북, 북미대화가 본궤도에 오른다는 시나리오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3일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면서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한반도 긴장완화의 계기로 삼으려던 큰 그림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남과 북이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과 만나고 화합한다면 강원도 평창은 이름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창이 움트는 화합의 장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적극 촉구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지난 25일 평창올림픽 시설 시찰 자리에서 "유엔에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북한도 채택에 동참했다"며 "북한도 정치적 상황과 별도로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유엔 휴전 결의안 채택 다음날인 15일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려면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다.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한에도 국제사회 일원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군불을 땠다.
여기에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조차 만나지 못하고 귀국하는 등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장면이 연출된 것도 한미 군사훈련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데 한몫했다.
우리 정부가 더늦기 전에 상황 관리에 나서야된다는 위기감이 한미 군사훈련 임시 중단 카드로 발현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이 29일 새벽 3시 17분쯤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미 군사훈련 임시 중단 논의는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 연습의 구체적인 일정과 참여 규모 등에 대한 한미 군당국의 협의가 다음달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로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위한 대미(對美) 설득력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우리가 다룰 상황이고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밝힌 점도 한미 군사훈련 연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