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7시 수원역 광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제주 고3 故이민호 군 추모집회가 열린 가운데 수원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군을 위한 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왜 현장실습하다 죽어야 하나요. 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하냐고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9일 오후 7시쯤 수원역 광장에서 교복 차림의 이모(17)양은 어른들을 향해 물었다.
수원지역 A특성화고에 재학중인 이양이 목청 높여 재차 물었지만 광장에 모인 수 십명의 어른과 지나가는 시민들 중 누구도 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이양은 이달 9일 제주지역 한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콘베이이어 벨트에 머리를 압사, 열흘만인 지난 19일 목숨을 잃은 고(故) 이민호 군의 추모집회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군 역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 현장 실습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을 비롯한 수원시 내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 10여명과 함께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수원 청소년공동체 '가자', '일하는 2030'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추모식에 자진 참석해 촛불과 추모의 글을 담은 피켓을 들었다.
시민들도 '제주 19세 실습생을 추모합니다', '우리는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 현장실습한 죄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아닙니다' 등 피켓 문구에 공감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29일 오후 7시 수원역 광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제주 고3 故이민호 군 추모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추모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이어진 서명운동에서 몇몇 시민들은 학생들에게 핫팩과 음료수를 건네며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시민 김양욱(35)씨는 "퇴근길에 광장에 모인 학생들을 보고 걸음을 멈췄는데, 이민호 군 추모식인 걸 보고 놀랐다"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집회를 주관한 '일하는 2030'의 박승하(36) 대표는 현재 특성화고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실습의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추모집회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학생 선택형 현장실습으로 전면 개편 ▲3학년 2학기 사회진출학기제 도입 ▲현장실습 전담기구(중앙‧지역) 신설 ▲청소년 노동보호법 제정 ▲현장실습 전수 실태조사 실시 등 5가지 대안을 제창했다.
이곳에서 모아진 200여명의 시민 서명은 이군의 가족과 정부에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