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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국가 폭력·블랙리스트…43회 서독제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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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국가 폭력·블랙리스트…43회 서독제 파헤치기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제43회 서독제)가 오늘(30일)부터 8일 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에는 무엇보다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영화들, 비극적 역사와 국가 폭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는다.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들로 채워졌지만 어느 해보다 알찬 내실을 보여줄 전망이다.

    제43회 서독제에는 본선경쟁 부문 38편, 새로운 선택 부문 26편, 특별기획 8편, 해외초청 8편 등 총 111편이 초청됐다.

    개막작 '너의 극장에서' 외에 서독제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들과 의미있는 행사들을 꼽아봤다.

    위부터 영화 '말해의 사계절'과 '피의 연대기'.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여성, 소수자 그리고 아픈 현대사

    본선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말해의 사계절'(감독 허철녕)은 90세 할머니 김말해의 삶을 쫓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보도연맹 학살부터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까지 한국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저항했던 할머니의 삶을 따라간다.

    새로운선택 부문의 영화 '국가에 대한 예의'(감독 권경원)는 전형적 국가 폭력 사건이었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다룬다.

    1991년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던 11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국가는 모든 책임을 27살의 청년이었던 강기훈에게 전가한다. 24년이 흘러서야 강기훈은 최종 무죄를 선고 받고, 영화 속에서는 1991년 살아남았던 또 다른 젊은이들이 봉인해 둔 기억을 증언한다. 강기훈의 기타 연주는 11명의 죽음을 견디고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특별초청 부문의 영화 '해원'(감독 구자환)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까지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경찰, 군인, 미군, 우익, 좌익, 인민군 등이 벌인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고발하면서 여전히 고통받는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보듬는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새로운선택 부문의 영화 '있는 존재'(감독 박시우)는 한 인간이 자신을 FTM 트랜스젠더(남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성소수자가 '없는 존재'가 아닌 '있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같은 부문에 초청된 영화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는 여성의 생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담론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몸에 대한 자유를 찾고자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피 흘리는'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렸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몸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오랜 시간 미워했던 자신의 몸과 화해했다.

    ◇ 독립영화와 블랙리스트를 말하다

    서독제의 12월 4~5일 양일은 독립영화계에 있어 가장 유의미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4일 열리는 '독립영화 제작에서 배급까지, 2017년 창작자들의 경험을 나누다' 토크포럼에서는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 환경의 미래를 심도있게 파헤친다.

    상업영화에 매몰된 국내 영화시장에서도 끊임없이 제작되는 독립영화들이 어떻게 유의미하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한 단계 발전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포럼에는 올 한 해 영화제 수상을 휩쓸거나 주목받았던 독립영화들 감독들과 제작사
    대표 등이 참석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사회 비판적 경향이 짙은 독립영화인들이 본 피해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제는 망가진 영화계를 복구할 시점이 도래했다.

    5일 열리는 토크포럼에서는 한국독립영화협회를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그 이후의 독립영화 관련 정책을 이야기한다. 올해 초부터 구성된 '전국독립영화정책네트워크'가 모은 의견들을 공개하고, 새롭게 재편될 영화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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