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자료사진)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켜야 한다거나 여권 유력 정치인이 무상급식(콩밥)을 먹여야 한다고 하는 건 과거와 다르지 않다,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자신들이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던 정치적 상대자니까 용서해야 한다? 이것은 경기에서 패자니까 반칙해도 용서해야 한다, 도둑질해도 용서해줘야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여야 유력한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현 정권의 '적폐청산' 논란에 대해 격렬한 설전을 펼쳤다.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남 지사와 이 시장은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위원회' 등 과거 정부를 겨냥한 각종 조사들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 남 지사는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한 반면 이 시장은 '적폐청산'이라고 맞섰다.
그동안 '링 밖 설전'을 펼쳐왔던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맞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신병근 기자)
먼저 김현정 앵커가 남 지사에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정치보복의 길로 가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에 대해 소견을 묻자 그는 "이번 정부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하지만 또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통합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도 과거와 다르지 않아 지금 정치보복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야 된다', 또 먼저 수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치보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에 대해 대통령은 집권당 대표에게 준엄하게 '이렇게 하지 말아라'라고 얘기를 해야 정치보복으로 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며 "그런데 자신들이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던 정치적 상대자니까 용서해야 한다? 이것은 경기에서 패자니까 반칙해도 용서해야 한다, 도둑질해도 용서해줘야 된다 이런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결국 통합을 위해 적당히 봐주자, 수사를 하더라도 잘못한 사람 있으면 다 골라내는 게 아니라 균형을 맞춰야 되는 것, 이건 아니다"며 "(남 지사가) 국민들에게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로 혼란을 주는 것 같다"고 맞섰다.
이 시장은 "검찰은 독립해서 죄가 되는 것은 모두 수사해야 한다"며 "적폐청산은 국민들 다는 아니지만 압도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던 관행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 '광역버스 준공영제', '청년정책' 두고도 설전 이어져김현정 앵커는 두 번째 주제인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논란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
우선 남 지사는 "서울, 인천, 광주 등지에서 1일 2교대로 시행 중이고, 버스 운전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첫 번째 길이 준공영제가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자료사진)
이 시장은 장기적 시각에서 대중교통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남 지사가 추진하는 준공영제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 시장은 "(버스업체의) 공적 책임을 담보하지 않고 적자를 보전해 주면 자손만대 영원무궁토록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성남시와 고양시를 뺀 경기도내 22개 시군이 준공영제를 찬성했고, 경기도의회도 함께 노력하면서 가기로 했는데 (이 시장의 반대는) 정치적 공세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청년정책'을 두고도 두 사람은 날선 공방은 펼쳤다.
남 지사는 성남시가 성남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을 상품권으로 주는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정부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건에 대해 소송을 진행중인 남 지사는 비슷한 사례로 서울시가 복지부와 협의한 것을 설명하면서 "내용에 대한 동의가 안 돼 취하는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 시장은 "정부와 협의해 성남시가 정책을 바꾸면, 동의를 받으면 소취하 할 필요 없이 남 지사가 100% 지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추진중인 '청년 일자리 통장'은 청년 300만 명 중에서 1만 명 골라 1억 만들어준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 지사는 "(일자리 통장 외에도) 경기지역 청년 13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정책이 있다"며 "국가와 공동체가 '성남이 좀 과하다'라고 얘기하면 수정할 줄도 아는 게 민주적 자세"라고 밝혔다.
김현정 앵커의 중재 속에 이날 토론이 마무리됐으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추후 열릴 '2차 토론회'에 남 지사와 이 시장은 모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