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장에 관료 출신 '올드보이'들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정치권과 당국의 경계 속에 손해보험협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민간 출신으로 선임했다.
30일 생명보험협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단독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에 다음달 7일 사원총회를 열고 추인하는 절차만 남았지 '내정'으로, 사실상 결정된 셈이다.
생명보험협회장이 누가 될 지는 금융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생명보험협회장을 포함한 금융권 협회장들에 '올드보이'들이 독식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경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드보이 불가론'을 얘기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동의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행정고시 후배인 금융당국의 수장이 선배인 금융협회장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소신 있는 정책 추진에 결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올드보이 불가론'이 나온 다음날 즉시 손해보험협회는 장관급의 금융감독위원장 출신의 김용덕 회장을 추인했다. 반면 은행연합회장은 유력하게 거론됐던 홍재형 전 부총리 대신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깜짝 발탁됐다.
당초 생보협회는 손보협회장에 장관급이 선임되자 손보협회장과 '급'을 맞춘 인사를 물색해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선 생명보험이 맏형 격인데, 손보협회장과 비슷하거나 더 역량 있는 인물을 찾아야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면서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계속해서 비판적 메시지를 보낸데다 은행연합회장까지 민간으로 유턴하자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특정 대기업 출신 회원사가 회장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정 대기업 출신이 기업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으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는데, 다시 그런 일이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날 생명보험협회장 선임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는 회장에 관료 출신도 아니고 대형사 출신도 아닌 중소형 보험사 출신을 최초로 선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드보이 관피아 논란이 나온데다 금융당국의 수장까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민간 출신으로 분위기가 쏠렸고, 특히 전날 최 위원장의 대기업그룹 발언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