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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발견되는 AI 바이러스…구멍뚫린 방역망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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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서 발견되는 AI 바이러스…구멍뚫린 방역망은 그대로

    계란·오리 생산량 80% 수준…재발 확산될 경우 가금기반 뿌리 채 흔들

    AI 차단 방역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사상 최악의 AI사태로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가 생매장되고 계란값이 폭등한데 이어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전국 철새도래지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고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산업기반이 붕괴될 것이란 위기감이 가금 산업계와 농가를 휩쓸고 있다.

    ◇ 사상 최악 AI 후유증…계란·오리 생산량 80% 수준 머물러

    지난해 11월 16일 발생한 AI는 올해 3월까지 이어지며 산란 닭과 오리 등 3천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혔다.

    산란계 농장은 AI 발생 이전인 지난해 3/4분기 1천61개, 사육마릿수는 6천985만 마리에 달했으나 AI가 발생하면서 올해 1/4분기에는 869개 농장에 5천161만 마리로 농장은 18%, 사육마릿수는 무려 26%나 각각 감소했다.

    이후 산란계 병아리 입식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올해 3/4분기에는 1천98개 농장에 6천783만 마리로 농장수는 오히려 AI 발생 이전 보다 늘어났고, 사육마릿수도 97%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만, 계란 1일 평균 생산량은 지난해 3/4분기 4천298만개에서 올해 1/4분기에는 3천145만개로 26.8% 감소한 이후 지난 3/4분기에는 3천423만개로 더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AI 발생 이전과 비교해 80% 수준까지 회복하는데 그쳤다.

    이는 산란계 병아리를 입식한 뒤에도 20주가 지나야 알을 낳기 때문으로,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정상 회복됐어도 계란 생산량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내년 초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의 경우는 AI 발생 이전인 지난해 3/4분기 기준 639개 농장, 877만 마리에 달했으나 AI 발생으로 올해 1/4분기에는 390개 농가 557만 마리로 농장은 39%, 사육마릿수는 36% 각각 감소했다.

    이후 지난 3/4분기에는 508개 농장 699만 마리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AI 발생 이전과 비교해선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산란계와 오리농장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닭고기 육계는 지난번 AI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 지난 3/4분기 기준 1천548개 농장에 8천55만 마리로, 지난해 3/4분기 보다 오히려 6%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겨울 AI가 발생한 경기지역의 한 농가에서 방역요원들이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전남·전북, 국내 가금류 최대 밀집지역…해마다 AI 발생 진앙지

    결과적으로 국내 가금 산업은 육계를 제외한 산란계와 오리가 아직은 불안정하지만 회복 단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재발한 것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긴장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역이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만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체 오리농장의 70%가 이들 두 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508개 오리농장 가운데 46%인 235개 농장이 전남에 있고, 전북에도 전체의 24%인 122개 농장이 운영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육계는 국내 전체 1천548개 농장 가운데 전북에 368개(24%), 전남에 203개 농장(13%)가 있다. 국내 최대 닭고기 계열화업체인 (주)하림을 중심으로 전남.북 지역에 육계농장의 37%가 몰려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이번 겨울에 발생한 고창 오리농장의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를 정밀검사한 결과 기존에 발생했던 바이러스와 전혀 다른 유형으로 네덜란드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증상이 3~4일 만에 나타나는 등 지난해 11월 AI처럼 병원성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남과 전북지역에서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발생한 이후에는 확산될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가 된다.

    ◇ AI 위험성 방치하는 자치단체, 계열화업체…정부 관리 강화 시급

    그런데 이처럼 가금류 밀집지역에서 또 다시 AI가 발생했다는 것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계열화업체의 책임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마다 9월쯤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AI와 구제역 예방 활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조직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며 "축사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기점검을 통해 관리 기준을 위반한 축사시설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전국 적발 실적은 해마다 150여건 안팎에 불과하다. 축사시설 1개당 과태료도 평균 10만원으로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닭과 오리농장을 직접 관리하는 계열화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고병원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고창 육용오리농장의 경우 계열화업체가 주)참프레로 해당 농장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농가 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그물망이 찢어졌다든지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역학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이 농장을 관리해 온) 계열화사업자(참프레)에 대해서도 주의를 다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프레는 이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전북 고창지역에서만 계열농장 4곳에서 AI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농식품부는 참프레가 관리하는 전국 241개 농장에 대해 임상검사와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AI를 통해 참프레 농장의 축사 관리가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가금류 업계 관계자는 "계열화업체들이 돌아가면서 정부로부터 우수업체로 표창까지 받고 있는데 의아하게 생각하는 농가들이 많이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AI 예방을 말로만 하지 말고 계열화업체에 대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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