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 등 제조기사를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 시한(12월 5일)이 임박한 가운데 파리바게뜨가 대안으로 이들을 취업시킬 합작법인인 '해피파트너스'를 1일 출범시켰다.
해피파트너스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 등 3자가 합자한 상생기업이다.
파리바게뜨가 지난 10월부터 상생기업 설명회를 진행하며 제조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을 지시한 제조기사 5,309명 중 약 70%인 3천7백여 명이 가맹본부 직접고용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 중 현재 협력회사에 남겠다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상생기업 소속전환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설명회를 통해 급여 인상분, 복리후생, 승진제도 개선 등 상생기업에 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공개되면서 상생기업에 동의하는 제조기사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많은 제조기사들이 상생기업으로 소속 전환 의사를 밝혔고, 하루빨리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어 상생기업을 출범시켰다"며,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인원들도 언제든지 상생기업으로 소속전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전체 제빵사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생기업을 서둘러 출범시키는 이른바 '개문발차'에 나선 것은 시기적인 급박성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직접고용 시한이 4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머뭇거릴 경우 거액의 과태료 부과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대안으로 추진해 온 3자 합작사를 우선 출범시킬 경우 제조기사들의 참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반대 등으로 현재 70%의 동의율에 머물르고 있지만 상생기업이 일단 출범하면 결정을 미루거나 반대하고 있는 제조기사들이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상생기업 출범 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생기업 소속 제조기사들은 기존 근속과 퇴직금이 그대로 승계되며, 급여가 13.1% 인상되고, 각종 복리후생이 상향 조정된다. 11개 협력업체 인원과 조직을 통합하면서 휴무 대체 인력 충원이 수월해져 최대 월 8일까지 휴무일이 보장되며, 관리자급 직원 수요 증가에 따라 승진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라는게 파리바게뜨측 설명이다.
제조기사들에 대한 업무지시는 상생기업 소속의 현장관리자를 통해서만 이뤄질 예정이다. 본사에서 품질관리를 했던 인원은 상생기업의 현장관리자에서 배제하고 별도로 충원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측은 "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제조기사들의 어려움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의 3자 합작사 출범이 직접고용 시정지시 및 530억원 과태료 부과를 피할 묘책이 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고용노동부가 시정지시한 것은 불법파견 철폐와 본사 직접고용이었기 때문이다.
제빵기사들이 본사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할 경우 과태료 부과에서 면책이 되긴 하지만, 전체가 100% 찬성한게 아니고 자발적인 동의였는지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해 노동부가 합작사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협력업체들이 받은 ‘직접고용 포기확인서’가 무효이며, 상생기업 출범은 사실상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정오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사실에 의한 기망과 강압으로 작성된 직접고용 포기확인서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름뿐인 상생 기업 말고 진짜 상생을 위해 직접고용하라"며 "원천 무효인 확인서를 강요하지 말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동자들에게서 받은 전직 동의 철회서를 SPC에 전달했다.
그러나 본사와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3자 합작사 출범이 사태해결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