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MBC 해직기자(왼쪽에서 3번째)가 1일 오후 열린 '제5회 리영희상 시상식'에 상을 받기 위해 직접 참석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제가 어렵게 나온 또 다른 이유는 제 어린 아이들 현재, 경재를 위해서다. 아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5회 리영희상 시상식에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등장했다. 부쩍 더 마른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온 이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노조원들과 지인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이 기자는 제5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17년 MBC본부 170일 파업 중 해고된 이 기자는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의 선봉에 서서 싸워왔다'는 이유로 상을 받게 됐다.
이 기자는 "리영희 선생은 사상의 은사로 불리는 분이자, 언론인과 지성인의 표상이다. 제가 가장 존경했던 동시대인의 한 분이기도 하다. 그런 분의 상을 받게 됐으니 저로서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입원 중이었다. 그럼에도 앰뷸런스를 타고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그 이유로 10살 쌍둥이 아들 현재, 경재를 들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리영희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MBC 해직자들과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이 참석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이 기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현재, 경재는) 저랑 함께 상을 받았고 꽃다발까지 받았다. 영원히 잊지 못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저는 제 아이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 즐기는 일을 하면서도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 제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가 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 모든 일들을 사실은 우리가 해야 될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조금 전 영상에도 나온 것처럼 자유와 평등이 넘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회, 정말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꿔본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환대에 이 기자는 감격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제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되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걸 하늘의 뜻에 맡기고 그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겸손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이 기자의 수상소감 이후 "할 수 있습니다!", "파이팅!" 등의 격려가 이어졌다. 현재, 경재는 이 기자에게 "우리 스무 살 되기 전에 병 나아요", "어서 빨리 병 나으세요"라는 한마디를 전했다.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이었던 이 기자는 오늘로서 해직 2098일을 맞았다. 최근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