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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199일만…세월호 전주 남문농성장 '기억 속으로'

참사 1199일만…세월호 전주 남문농성장 '기억 속으로'

"천막을 없애는 게, 접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 변신하는 겁니다." -최고령 농성장 지킴이 이석영(82) 씨.

세월호 전주 남문농성장 천막 깃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전북 전주시 세월호 남문농성장이 설치 1199일만인 2일 결국 철거됐다.

세월호 참사 129일째인 지난 2014년 8월 22일 설치된 남문농성장은 그동안 15살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3백여 명 '시민 농성장 지킴이'들의 쉼터이자 전초기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철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사회적 참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세월호 특조위 2기가 출범을 앞두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다.

남문농성장 천막 주변에 매달아 둔 세월호 리본들이 낙엽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농성장 지킴이 채주병(49) 씨는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농성장을 지킨 지 어느덧 3년째 들어서면서 과거보다 동력이 떨어졌다"며 "이제 어느 정도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으로 아쉽지만 철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철거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지만 지킴이들의 눈물은 마를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농성장 지킴이 황금희(49) 씨가 미리 써온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농성장 지킴이 황금희(48) 씨는 "광장서 울고 웃은 3년은 매일이 4월 16일(참사 당일)이었다. 가족과 생이별한 아픔들이 밤마다 이 광장을 서성이는 건 아닐지 두렵다"며 흐느꼈다.

이날 철거식에 모인 시민 200여 명은 지킴이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농성장 지킴이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오랜 시간 함께해준 전주시민들을 향한 감사 인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 '지성이 아빠' 문종택 씨는 "철거 소식을 듣고 '좀 지켜주십시오' 말하며 붙잡고 울고 싶었지만 아픔이 아픔을 낳는 장소라는 걸 알기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며 "더운 날도, 추운 날도 함께해준 시민 여러분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민중음악가 윤민석 씨가 작사·작곡한 '약속해'를 부르며 철거식을 마쳤다.

"너희를 이 가슴에 묻은 우리 모두가 엄마아빠다. 그 누가 덮으려 하는가, 그 날의 진실을. 세상을 바꾸어 낼 거야. 약속해. 반드시 약속해." 윤민석-'약속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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