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여야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다. 협상이 일사천리로 타결되면 4일 본회의 처리도 가능하지만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도 장담할 수 없다. 녹록치 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2일 오후 9시에 소집된 본회의를 앞두고 법정처리 시한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두 손을 들었던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하루라는 짧은 숨고르기 겸 냉각기를 마치고 4일 오전에 다시 만난다. 하지만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 회동이어서 원내대표들만의 밀도있는 논의는 오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들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지만 법정처리 시한을 넘겼다는 사실 외에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더이상 밀릴 수는 없다며 더욱 강경해지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일 CBS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허물 수 없는 원칙까지 야당이 (양보를) 요구하면 어려운 거고.."라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9천명은 절대 안넘길 것이다. 양보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저쪽에서 성의를 보이는 것에 따라 조금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우리는 꿈쩍도 안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지원 예산 두 가지다. 또 다른 쟁점인 초고수익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 구간을 신설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두 사안에 막혀 막혀 본격적인 협의를 하지도 못했다.
공무원 증원은 차이를 1,500명 수준으로 좁혔다. 국민의당이 마지노선으로 9천명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10,500명까지 물러선 상태지만 양측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지가 많지는 않다. 한국당은 가장 보수적인 6천 5백명 선을 제시했다. 예년의 공무원 채용 수준이다.
최저임금 지원은 2019년에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로 등장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서는 직접 지원을 1조 5천억원으로 줄이고 EITC(근로소득장려세제) 확충과 사회보험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간접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여러 변수들이 있을 수 있는데 직접 지원을 1조 5천억원으로 제한할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직접.간접 지원을 3조 이내에서 하되 직접 지원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어긴 여야가 정기국회 종료까지 며칠의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이처럼 팽행한 두 쟁점에 대해 어떤 형태의 합의안을 도출해 낼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국당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협상 순서와 관련해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결론을 완벽하게 내고, 그 다음에 논의가 미진했던 세법개정안에 대해 얘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지원과 공무원 증원에 대해 마지막 타결을 시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번에도 캐스팅 보트는 국민의당이다. 121석인 민주당과 116석인 한국당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40석이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팽팽한 예산안 대치 국면이 끝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목포행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나름 국민의당을 배려했지만 도와주지 않는다며 섭섭함을 배치비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의당이 점점 여당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며 신경을 쓰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처음에는 한국당 의견보다 더 강경했는데 시간이지나면서 상당히 약해져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