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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서현 "내가 만든 룰, 어느 순간 답답하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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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서현 "내가 만든 룰, 어느 순간 답답하게 느껴져"

    [노컷 인터뷰] '도둑놈, 도둑님' 강소주 역 배우 서주현 ①

    지난달 5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강소주 역을 맡았던 가수 겸 배우 서주현 (사진=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서주현(서현)에게 '도둑놈, 도둑님'은 많은 것에서 처음인 작품이었다. 2013년 SBS 주말드라마 '열애'로 연기에 첫 발을 디딘 그가 처음으로 맡은 주연작이자, 50부작이라는 장편 드라마였다.

    대한민국을 은밀하게 조종하는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 통쾌하게 다룬 '도둑놈, 도둑님'에 서주현은 의협심 강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관 강소주 역을 맡았다.

    여전히 많은 대중에게 각인돼 있는 서주현의 이미지는 수 년 전에 머물러 있다. 아침에 일어나 단 몇 분이라도 책을 보고,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며, 좀처럼 반말을 하지 못하는 '바른생활 막내'가 그것이다.

    그러나 서주현은 정작 촬영현장에서 무던하면서 털털하고 굉장히 주체적인 '도둑놈, 도둑님'의 강소주와 닮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평소에도 제가 엄청 까부는 스타일"이라며 "원래 제 성격이 많이 밝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서주현을 만났다. 라운드 인터뷰였음에도 기자가 두 명뿐이라 인터뷰는 도란도란 나누는 수다에 더 가까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도둑놈, 도둑님'이 종영(11월 5일)했다. 조금 늦었지만 소감 부탁한다.

    50부작 드라마를 처음 한 거였고 첫 주연작이었다. 애착도 많이 가고 부담감도 되게 컸다. '내가 진짜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배우 분들을 잘 만난 것 같다. 상대 배우도 그렇고. (다들) 저보다 선배님들이었고 (제가) 부족한 게 있을 텐데도 제 자신의 모습에서 끌어낼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편하게.

    하면서도 응원을 많이 해 주셨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드라마 중반 정도에 소녀시대 10주년 앨범 활동도 같이 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관리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소녀시대 언니들은 연습할 때 "드라마 찍느라 힘들겠다, 힘내"라고 하고, (드라마) 현장에서도 힘내라고 해서 에너지를 되게 많이 받은 것 같다.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웃음) 더 책임감을 많이 느꼈고 재밌었다.

    이게 사전제작이 아니니까 대본이 촬영 전날에 나오고 그런 적도 되게 많았다. 1주일에 2부씩 같이 찍어야 돼서 항상 시험 공부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 (대본을) 외우고 (캐릭터를) 분석해서 어떻게 연기할지도 고민해야 됐다. 50부니까 막연하게 25부쯤 되면 편해지고 익숙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는데 막상 그렇지가 않더라.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한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캐릭터 자체는 제 성격이랑 잘 맞았던 것 같다. 저랑 잘 맞는 옷 입은 것 같았다. 밝고 당찬 모습을 계속 연기하다 보니까 평소에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힘든 상황에 있어도 '일부러 더 밝게 해야지!' 이러니까 진짜 에너지가 나는 것 같았다. 항상 재밌게 했다.

    서주현이 맡은 강소주 역할은 수준급의 유도실력을 갖고 있어 웬만한 몸싸움엔 지지 않는, 의협심 넘치면서도 활기찬 캐릭터였다. (사진=메이퀸 픽쳐스 제공)

     

    ▶ 지현우 씨 인터뷰를 보니 대본을 현장에 가지고 오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하더라. 칭찬이 자자했다.

    그렇게 좋게 생각해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웃음) 다들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니까 제가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컸다. 대본 외우는 건 가장 기본적인 거니, 그 기본을 가장 충실하게 잘 다져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계속 손에 들고 있으면 나 자신을 못 믿고 '까먹으면 대본을 봐야지' 그런 마음이 들더라. 그렇게 안 하려고 '난 방패막이 없다'고 여겼다. 최대한 노력은 했었던 것 같다.

    ▶ 드라마가 방송되는 도중 총파업이 일어나서 편성 변경도 되고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어땠나.

    그쵸. 기존에 호흡 맞췄던 스태프 분들 감독님들이 교체됐다, 2~3번 정도. 좀 아쉽긴 했다. 정들었는데 3개월 정도 하다가 바뀌고 그래서 아쉽다. 바뀌신 분들도 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셔서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 강소주라는 캐릭터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꼈는지.

    좀 주도적인 성격이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 인생을 자기가 만들어나가는? 그런 것들이 좀 비슷한 것 같다. 평소에도 제가 엄청 까부는 스타일이거든요. (웃음) 대중 분들께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다. 원래 제 성격이 많이 밝다. (현장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게 "넌 진짜 소주 같다!", "깡소주(극중 소주의 별명) 같다"는 말이었다. 촬영할 때는 '진짜 내가 깡소주다' 하면서 (배역과 실제에)구분을 안 두려고 노력했다. 하나가 되고 싶었다. (웃음)

    ▶ 커플로 나온 지현우(장돌목 역)와 함께 '깡똘 커플'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팬들의 반응을 좀 보았나.

    주말드라마니까 멜로적인 부분은 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 신기했다. 이런 진한 느낌은 처음 해 봤거든요. (* '도둑놈, 도둑님'에선 포옹, 키스씬뿐 아니라 전통혼례를 하는 장면도 나왔다) 가벼운 느낌이었고 제대로 된 주연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어떻게 볼지 몰랐다.

    어쩌면 (그런 제 모습이) 되게 어색할 수 있지 않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짜 사랑하는 것처럼 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현우 씨가) 참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이건 이렇게 하지 말아라' 보다는 '너 맘대로 해라' 쪽이었다. 맞춰줄 테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 너다운 게 좋다고 하셨다. 저도 '제 뜻대로 해 볼게요' 했다. (웃음) 그래서 애드립도 하게 된 것 같다.

    극중 강소주는 방송 초반에는 한준희(김지훈 분)를 짝사랑하는 역할로 나오다 나중에 남자사람친구였던 장돌목(지현우 분)과 연인이 된다. (사진=메이퀸 픽쳐스 제공)

     

    ▶ 현장에서 애드립이 많았나 보다.

    현장에서 대본이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애드립이) 적당히 있었다. 변수가 많아 얘기를 많이 했다. 드라마에서 남녀 멜로라인이 중요한 부분이니, 어떻게 해야 사실적이고 재밌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좀 자연스러운 걸 나오게 하려고 노력했다.

    ▶ 기억에 남는 애드립을 꼽을 수 있을까.

    너무 많아서! (웃음) 정말 대본에 없는 말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웃음) 그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려고. 사소한 것들이 많았다. 아, 생각난 게 있다! 비가 올 때 한 우산을 둘이 쓰고 가는 씬이었는데 대본에는 그냥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고만 돼 있었다. 그런데 (지현우 씨가) 갑자기 우산을 접으시는 거다. 비가 오는데! (웃음) 그때 깜짝 놀라서 원래 성격이 나왔다. 제가 당황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웃음) 서로 웃으면서 장난도 많이 쳤다.

    고등학교 시절 마트 씬도 전부 다 애드립이었다. 지문은 '마트에 있는 소주와 돌목'이었고 아무렇게나 하라고 하시더라. 되게 짧은 장면이라 자유롭게 맡기셨다. 저희는 카트가 있는 마트를 생각했는데 막상 구멍가게여서 생각했던 게 다 바뀌었다. (웃음) 정말 별 것 다 했다.

    (지현우 씨가) 저한테 생수를 이만큼 들고 오라고 심부름 시켜서 진심으로 짜증이 나는 거다. (웃음) 둘이 재밌는 걸 했음 좋겠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지현우 씨가 얼굴을 제 얼굴을 찡그러뜨려서 또 화가 나서 버둥대기도 했고. (웃음) 되게 많아요, 애드립 생각하면. 저도 소주로서 애드립을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또 하나 생각난 게 고등학교 첫 만남에서 연고를 발라주는 씬이 있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소주가) 똘목(장돌목의 애칭)에게 심쿵하는 장면이었다. 보통 애들과 달리 거친 감이 있어서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소주가 돌목이) 머리를 확 친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스타일이라. 원래는 가만히 있는 거였는데 소주라면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아서. (웃음) (때리는 씬이라) 죄송했다.

    ▶ 극 초반에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특수부 검사 한준희와 엮이길 바라는 반응도 있었다.

    원래 시작할 때는 삼각관계가 약간 있었는데 혼란스러워져서 바꾸신 것 같다. 지훈오빠는 너무 재밌었다. 진짜 동안이고 되게 젊게 사시는 것 같다. 관리도 잘하시고. 저도 나이차(* 김지훈과 서주현은 10살 차이다)를 많이 못 느낄 만큼 편하게도 해 주시고. 피부 관리, 운동 열심히 하셔서 자기관리 부분이 진짜 대단하신 것 같다. 소년 같은 성격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나이차 때문에 불편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두 분(지현우-김지훈) 다 되게 잘해주셨다. 셋이 뭉쳐있으면 남매 같은 느낌이었다. 제가 외동인데 친오빠가 있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했다.

    ▶ 촬영장에서도 막내였을 텐데 혹시 고충은 없었나.

    소녀시대 막내로서 10년 동안 해 왔다. 데뷔 초 17살일 때도 막내였는데 지금 27살에도 막내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막내일 텐데 (웃음) 이런 포지션은 너무 감사한 것 같다. 언니들은 되게 부럽다고 하거든요. '너는 복 받은 줄 알아, 나도 막내이고 싶다' 하고. 막내로서의 장점이 되게 많은 것 같다. 항상 사랑받고 보호받는 것들이 좋은데 반면 너무 좋은 상황과 환경에선 나태해지고 안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수 겸 배우 서주현 (사진=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 실제로 밝고 까부는 성격이라고 했는데 예전엔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다. 어느 순간에 성격이 달라진 건지, 아니면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이 바뀐 건지 궁금하다.

    제가 데뷔한 게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의 생활패턴이나 저의 시간 관리는 부모님이 해 주셨다. 몇 시에 일어나라, 이때 이런 공부를 해라 등등. 딱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모든 시간을 제가 다 관리해야 된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너무 바쁘더라.

    초반에 소시 스케줄이 되게 많았잖아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2~3일 전에 내가 뭘 했지?' 하면 기억이 안 났다. 다이어리에도 스케줄만 적어놓고. '뭔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지' 하는 고민이 들더라. 스케줄에 끌려 다녀 피곤하고 아무것도 안 하다 보니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만의 규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하루에 20~30분이라도 책을 읽자' 그런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들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내가 맘대로 살 수 있으니까 좋지만 타이트한 규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빡빡하게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걸 이제 좀 느꼈다. 가끔씩은 (빡빡한 자기관리가) 조금씩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컨트롤 못할 것 같아서 해 놓은 룰이 이제 나를 너무 억압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씩 풀어보자고 느꼈다.

    예전에 더 많은 규칙이 있었다면 조금씩 그게 없어지거나 헐거워진 룰을 만들었다. 그 시점이 자연스럽게 왔다, 하나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과거의 제가 있어서 저만의 것들을 만들 수 있었기에.

    ▶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난해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 올해는 웹드라마 '루비루비럽', '도둑놈, 도둑님'에 나왔다. 앞으로 배우 활동에 더 주력할 생각인가.

    이젠 아무래도 제가 어떤 걸 하고 싶을지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거여서 좀 더 고민이 많이 된다. 신중해지기도 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가수로서의 모습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다. 가수로서는 10년 활동을 했지만 근데 연기로서는 첫 발을 내딛었고, (이번이) 첫 주연이어서 당분간은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가수는 솔로 활동도 있고 다양하게 할 것 같다. 제가 가진 목소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노컷 인터뷰 ② '홀로서기' 서현이 밝힌 소녀시대의 의미 "운명이 만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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