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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안전 불감증'이 부른 낚싯배 충돌사고



칼럼

    [논평] '안전 불감증'이 부른 낚싯배 충돌사고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인천 영흥도 앞바다의 비극도 역시 인재(人災)였다.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안전 불감증'인 것이다.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를 들이받은 급유선 선장이 했던 진술이 이를 입증한다.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낚싯배 선창 1호는 9.7톤, 이에 비해 급유선 명진 15호는 336톤이다. 배의 크기와 무게에서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작은 배가 알아서 큰 배를 피해야 한다는 식은 무의식적 우월감이 낳은 가당치 않은 논리다.

    오히려 작은 배의 안전을 위해 큰 배가 충돌을 피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시어선 선창 1호가 4일 오전 인천 중구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 부두에 입항돼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바지선에 실려 뭍으로 올라온 낚싯배의 모습은 처참했다. 급유선 앞머리에 부딪히면서 V자 모양으로 움푹 팬 낚싯배의 측면은 충돌 당시의 충격과 아비규환을 떠올리게 만든다.

    큰 배를 모는 선장의 작은 양보와 배려만 있었더라도 초겨울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는 눈물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갑판원과 급유선 선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2년 전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발생한 돌고래호 전복 사고(15명 사망·3명 실종)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피해 규모가 컸던 원인으로는 사망자 대부분이 선실에 머물러 있었던 데다가 갑작스런 충돌로 기절했을 가능성이 꼽힌다.

    또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했지만 낮은 수온과 빠른 유속 때문에 안타깝게도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충돌사고를 당한 낚싯배는 정원 규정을 초과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출항신고 절차도 밟았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13명의 사망자를 낸 급유선 명진15호가 4일 오전 인천 서구 북항 관공선전용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따라서 이번 사고의 원인은 낚싯배 자체의 문제보다는 충돌예방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충돌회피 노력과 해상경계를 소홀히 한 급유선의 '운항과실'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다만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구조시스템이 신속하게 작동됐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고 당시 낚싯배 승객으로부터 112 신고를 받은 해경의 구명보트는 33분이 지나서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낚싯배가 출항 9분 만에 충돌사고를 당한 점에 비춰보면 해경의 늑장출동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게으름으로 인해 생명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더 이상의 잘못은 없어야 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라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세월호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해상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낚싯배 사고가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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