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목회 세습을 놓고 파행된 서울동남노회가 다문화사역을 하는 교회에 지급하던 선교비를 돌연 중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선교비가 중단된 두 교회는 모두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며 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해온 교회들이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국이주노동재단. 이곳의 대표인 안대환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여성 등 국내 이주민 선교와 이들의 인권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있다.
“결혼이주민들을 위한 활동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체불이라든지 폭행이라든지 여러 가지 외국인들이 겪는 인권문제에 저희들이 관심을 갖고 인권보호와 노동상담 등을 하고 있습니다.”
특수선교활동인 만큼 어렵게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안 목사에게 노회에서 뜻밖의 공문이 날아들었다. 안 목사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세계선교부가 그간 지원해온 생활비를 중단하겠다고 한 거다.
노회 세계선교부는 공문을 통해 노회 임원회가 결의한 ‘불법단체’에 가입한 교회에 대해서 노회가 정상화 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대환 목사는 지난 10월 24일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노회가 파행한 이후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 참여해왔다. 노회가 비상대책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한 거다.
안 목사는 노회의 이같은 결정에 선교사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일인데, 이걸 정쟁의 수단으로 여겨서 그걸 핍박해 비대위 활동을 못하도록 막겠다, 거기서 탈퇴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세계선교부 관계자는 이번 선교비 중단과 관련해 “지난 10월 말 노회 임원회가 비상대책위를 불법단체로 결의하고 지원금 중단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회가 정상화되면 다시 지원금을 지급할 것이라면서, 중단이 아닌 지급보류라고 설명했다.
서울동남노회 세계선교부가 선교비를 지원해온 외국인 사역 교회는 두 곳으로, 모두 비대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가 선교비 중단을 맞게 됐다.
노회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안대환 목사는 해마다 성탄절이면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한 이주민들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올렸지만 올해는 노회 지원이 끊기면서 이마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합동결혼식에 세계선교부가 매년 일정부분을 지원해줬거든요. 근데 이런 상황에서 합동결혼식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예식을 기대했던 5쌍의 부부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위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외국인 이주민들을 섬기는 목회자들의 선교비 지원을 중단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비대위는 또 불법적인 임원회가 비대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더 이상의 불법과 신앙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를 그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