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또 파업에 나섰다. 올 들어서만 9번째 파업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내년 판매 목표치 하향을 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5일 현대기아차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의 연내 타결,불법촉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기 위해 울산·전주·아산 공장 등 전국 사업부가 순환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회사 측에 최대한 타격을 주기위해 사업부 순환파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파업 돌입에 따른 입장을 내고 "파업 참가자 전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사업부별 순환파업으로 타 사업부 라인가동까지 중단된 경우 해당 근로자 역시 파업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 "(노조가) 합법적으로 노사합의 하에 정당하게 운영되고 있는 직영 촉탁 계약직 제도를 문제 삼는 것은 촉탁직 문제를 비정규직 투쟁으로 포장해 정규직 임금협상 쟁취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노조는) 파업이 아닌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절충점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회사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실적 부진이 지속돼 전년도 인상 금액의 20% 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임금 부분에서 '호봉승급분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와 성과금 200% + 100만 원 지급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에서 더는 물러날 수 없다"며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파업 첫 날 노사 본교섭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이번 파업은 지난 8월 '임단협 파업' 이후 4개월만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총 8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고, 3차례 주말과 휴일 특근을 거부했다.
사측은 올 들어 노조의 파업과 특근 거부로 3만8000여 대, 8천억 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 판매 부진, 파업 여파 손실 '눈덩이'… 현대차 내년 목표치 '하향' 가능성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이 내수 감소 등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국내시장에서 6만389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2.8% 늘어난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35만9045대를 팔아 판매량이 13.6%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11월 누적 글로벌 판매량은 659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 감소했다.미국 시장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감소했고, 중국 시장은 지난 10월까지 39.5%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그나마 내수가 버텨주는 상황"이라며 "파업이 지속될 경우 내수에도 영향을 미쳐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7일에도 소형 SUV '코나' 추가 생산과 관련, 이틀간 기습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2천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져 3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 자동차 업계는 원가를 절감하는 쪽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임금인상 등으로 원가가 올라가고 있다"며 "원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일부 노동자들의 이익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물론 연관 산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치로 825만대를 설정했지만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658만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167만대를 더 팔아야한다.
현대기아차는 해외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내년도 판매 목표치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지속되고 장기화할 경우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대내외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도 판매 목표치가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