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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첫 예산, 법정시한 나흘 넘겨 간신히 통과

국회/정당

    문재인 첫 예산, 법정시한 나흘 넘겨 간신히 통과

    한국당 '발목잡기'에 본회의 차수변경…6일 새벽 처리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불참하며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한국당을 제외한 의원들이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초과했지만 아직 한국당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놓고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회한 뒤 모든 것을 완비한 시점에서 개의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처리하고자 한다"고 정회를 선포했다. 윤창원기자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이 법정기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6일 새벽 간신히 통과됐다.

    5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제245회 정기국회 제16차 본회의는 자유한구당의 의사진행 방해와 반대토론으로 인해 자정을 넘겨 산회된 뒤 제17차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 한국당 난입에 뿔난 정세균 "나도 여러분 얘기 안들어요"

    "의장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5일 오후 10시 10분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제16차 본회의장에 난입했다.

    오후 10시부터 열린 본회의에 10분이나 늦게 나타난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면서 의장석 앞으로 나아가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의원총회로 인해 본회의장에 오지 못한 상황에서 본회의가 진행된 것에 대해 성토를 쏟아내며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외쳤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본회의장. 정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1시간이나 줬다. 한국당 의원들께서 화낼 입장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회의장을 혼잡하게 하지 말고)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하자"고 제안했음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과 항의가 멈추지 않자, 정 의장은 "그럼 나도 여러분 얘기 안듣는다"고 자리에 털썩 앉아버리기도 했다.

    혼잡한 상황이 이어지자 여야3당 원내대표와 정 의장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30분간 정회하기로 했다. 한국당에 마지막 의총 시간을 주겠다는 결정이었다.

    애초 여야는 5일 오전에 본회의를 열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 등 2018년도 예산안 부수법안 등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본회의가 정회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만으로도 본회의 개최 및 부수법안 처리가 가능했었지만, 여야의 협치를 강조한다는 정 의장의 의지가 반영돼 본회의를 오후 9시로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오후 9시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오후 10시에 본회의가 열렸지만, 한국당의 '몽니'로 본회의는 또다시 멈춰서게 된 것이다

    ◇ 한국당 '반대토론'…자정 넘겨 17차 본회의에서 예산 통과

    오후 11시쯤 다시 본회의가 개회되자, 이번엔 한국당에서 대거 반대토론을 신청하면서 본회의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한국당 이만희 의원을 시작으로 이철규.김광림.김종석.최교일.전희경 의원 등 7명이 반대토론을 신청해 모두 35분 동안 발언했다.

    여기에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등도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했고, 민주당 김태년 의원과 윤후덕 의원은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토론을 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이런 설전에 참여했다.

    토론은 그동안 2018년 예산안 최대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당은 현장 공무원 중심으로 공무원을 증원하면서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했고, 야당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며 맞섰다.

    여야의 '도돌이표' 설전이 오가면서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게 됐다. 결국 정 의장은 자정을 5분 앞둔 시점에 본회의를 산회하고, 6일 0시를 조금 넘겨 제17차 본회의를 개회했다.

    그리고 마침내 0시 30분쯤 표결에 들어간 예산안은 찬성 160, 반대 15, 기권 3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반대를 외치던 한국당이었지만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가 통과되자마자 한국당 의원들은 '밀실야합 예산'이란 피켓을 들고 국회 예산안 처리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 與 "사람중심 예산 지켜내" VS 野 "참담한 심경"

    '천신만고' 끝에 예산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정기일보다) 며칠 늦었는데 내년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참 다행"이라며 "사람 중심 예산이란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국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수호해왔던 한국당이 이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 예산과 법인세법 개정 등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청개구리 정책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써 한계감을 느낀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예산안 처리에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예산안 통과는 국민의당이라는 제3정당의 선도적 대안제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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