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 올 상반기에 내놓았던 예측보다 높은 2.9%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상향조정했다.
최근 한국 경제 동향에 대해서는 수출에 의해 견인되어 왔던 경기개선 추세가 다소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
KDI는 6일 내놓은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소비가 개선되나, 투자가 둔화되면서 2018년에는 2.9%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KDI가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는 2.5%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에 비해 0.4%p 높여 잡은 수치다.
다만 KDI는 비교적 다른 기관보다 경제성장률을 낮춰잡는 보수적 전망을 유지해왔고, 이 때문에 번번이 실제 경제성장률과 괴리가 있는 전망치를 내놓았다는 지적을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이보다 더 높게 뛰어오를 수 있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을 놓고도 올해 4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와 같은 2.6%에 그쳐 연간 경제성장률도 2.6%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3/4분기 들어 3.8%로 성장률이 뛰어오른데 이어 4/4분기에도 3.2% 성장해 올해 성장률이 3.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률이 개선됐다"며 "3/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2.7%)는 물론 전기대비 기준으로도 1.5%까지 반등했다"고 강조했다.
KDI는 "소비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투자가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내수도 양호한 흐름"이라며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IT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률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출 증가율에 대한 상품별 기여도
다만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 증가 구조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경기 개선 추세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내수 지표들 중에서 가장 견실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설비투자도 반도체 기업들의 제조장비 확충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표와 달리 유독 고용 부문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경기 개선 흐름이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 편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가 교역량 확대 등에 따라 성장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KDI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주도하고 있는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가 중기적으로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산업 성장을 기반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한국 경제 개선 추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모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 경기 개선도 반도체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의 충격이나 주요국 정책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반도체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 경제가 추격해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한국 경제가 저금리 시대를 졸업하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한계 가구의 부채상환능력도 급격히 저하돼 내수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내년 경제 전망에서도 KDI는 민간소비가 올해 2.4%에서 내년 2.7%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내수 시장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수출 확대로 투자수요가 증가해도,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낮은 가동률을 기록하면서 설비투자 증가폭이 올해 14.7%에서 내년 3.0%로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SOC 예산 삭감으로 토목부문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축부문도 둔화되면서 올해 7.2%에 달하던 증가세가 내년에는 0.4%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민간소비가 비교적 빠르게 개선되겠지만, 일시적 요인인 유가 상승 영향이 사라지면서 올해 1.9%보다도 더 낮은 1.5%의 '저물가' 상승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투자가 비교적 빠르게 둔화되면서 올해보다도 소폭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실업률은 금년과 유사한 3.7% 수준일 것으로 봤다.
내년 거시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산업 및 부문의 성장이 균형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최근 경기 개선에도 고용 활성화가 미흡해 정책기조를 긴축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상황은 아직 도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일자리 확충 및 공정한 배분을 통한 소득불평등 완화를 강조하면서도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병행해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한 정책조합(policy mix)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및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구조개혁 정책을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공업생산지수(3MA) 및 서비스업생산지수(3MA)
아울러 KDI는 이 날 함께 발표한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 및 출하가 큰 폭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명절이동 등 일시적 요인을 고려할 때 경기개선 추세는 완만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10월의 생산지표들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추석명절 이동 및 장기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완만하게나마 개선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광공업생산은 추석연휴 이동 및 장기간 연휴 등에 따른 조업일수(5일) 감소로 전월(8.5%)의 큰 폭 증가에서 5.9% 감소로 전환됐지만, 9~10월 평균으로는 전년동기간대비 1.1% 증가하며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비스업생산도 광공업생산과 같은 일시적 요인으로 도⋅소매(-3.3%) 및 음식⋅숙박업(-4.3%)에서 부진하면서 소폭 감소(-0.2%)로 전환됐지만, 9~10월 평균으로는 전년동기간대비 2.5% 증가하며 8월(2.1%) 수준을 상회했다.
내수 지표들도 일시적 요인들에 의해 증가율이 크게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 확대로 전월보다 3.1p 상승한 112.3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지수는 조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 요인으로 전월(24.9%)보다 크게 하락한 –3.4%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143.1%를 기록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 증가율도 크게 확대되면서 당분간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반면 건축부문의 증가폭이 크게 하락하고 토목부문의 감소세는 크게 확대되면서 1.5% 하락한 건설기성을 중심으로 투자 관련 지표들은 증가세가 점차 축소됐다.
한편 반도체(65.2%), 석유제품(38.4%) 등 일부 품목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 증가 추세는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급감한 선박수출(-77.1%) 영향을 제외해도 16.9%에 그쳐 9~10월 평균(전년동기간대비 19.8%)에 비해 소폭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