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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동트기전이 가장 어두운 법, 위기가 기회될 수도"

북한이 지난 29일 발사한 화성-15형 미사일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면서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됐던 남북간 대화 모멘텀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내에서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은 결국 북미간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달렸다는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달은 도발에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조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간 대화촉구 모드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1차적으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간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식의 문제 해결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고위관계자 역시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향하고 있다"며 "결국 북한과 미국이 만나 담판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평화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북미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줄곧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야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당일과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과 연이어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은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저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 주장에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을 더이상 묵인하지 못한다고 분명히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미간 추가 제재 등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면서도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는 한반도 평화정착 기본원칙도 재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잇달아 "북미간 담판" 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이후 미국의 군사적 옵션 등 더욱 강경해지는 대북 공세가 자칫 한반도 긴장수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당장 북미가 대화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지난 2일 러시아 민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북한을 방문한 비탈리 파쉰 러시아 하원의원을 인용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만 협상에 나가겠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현 수준에서 중지시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를 뒤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외형상으로는 북미 모두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접근과 별개로 북미가 전제조건을 따지는 등 대화 기류가 일정정도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핵 문제 해결을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던 기존의 외교 관성을 버리고 창의적인 외교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라"고 외교라인을 질책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한미 동맹의 틀만을 고수하지 말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에 요청할 것은 요청해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의 북미대화 촉구 발언은 이해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만나 꼬인 실타래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일종의 '군불때기'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6일 7대 종단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살얼음판 걷듯이 아주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꼭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고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도 지난 4일 통일연구원 주최 국제 학술회의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열리면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토대로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의 '새로운 협상 구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직접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동시협상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핵 문제는) 결국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풀리는 문제"라며 "우리 정부도 미국에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더 도발을 할테니 동맹국인 한국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북한에 대화 사인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 중인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6일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을 면담한 데 이어,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의 고위 관료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어서 향후 북미 대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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