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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칵테일·쥐구멍으로 샘플 바꿔치기…러시아 도핑 조작 백태



스포츠일반

    약물 칵테일·쥐구멍으로 샘플 바꿔치기…러시아 도핑 조작 백태

    • 2017-12-06 21:35

    미국으로 도피한 러시아반도핑기구 책임자 내부 고발로 만천하에 드러나

     

    국가 정보기관까지 동원된 러시아의 도핑 조작 사태를 만천하에 폭로한 주인공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산하 모스크바시험실 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메달리스트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고 폭로한 뒤 신변 위협을 느껴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그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러시아를 궁지에 몰았다.

    WADA와 IOC는 개별 조사로 러시아가 소치올림픽을 포함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자국 선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IOC는 6일(한국시간) 러시아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오직 과거에 도핑에 적발되지 않고 지금도 '깨끗한' 러시아 선수만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인 자격으로 평창 땅을 밟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들이 평창에 오면 러시아 국기와 러시아 국가명 대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글자와 올림픽 오륜기가 박힌 중립 유니폼을 입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해외 유수 언론이 로드첸코프 박사의 폭로를 증거로 소개한 러시아 도핑 조작의 실태는 조직적이다.

    RUSADA의 모스크바실험실 소장에 임명돼 러시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임무를 부여받은 로드첸코프 박사는 2013년 '공작부인'(Duchess)이라는 이름의 스테로이드 칵테일을 개발했다. 더처스는 러시아 전통 음료 이름이기도 했다.

    이 칵테일은 과거 동독 선수들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스테로이드계 물질인 경구 튜리나볼, 인체에서 합성을 도와주는 동화작용제인 옥산드롤론과 금지 약물인 메타스테론 등 3가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물질로 이뤄졌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이 물질을 남자 선수에겐 시바스 위스키에, 여자 선수에겐 베르무트에 섞어서 먹였다. 스테로이드가 물보다는 알코올에서 더 잘 용해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도핑 테스트 때 제출한 오염된 소변 샘플을 깨끗한 소변으로 바꿔치기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이 투입됐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소치 약물검사 실험실과 FSB 요원과 RUSADA 직원들이 대기하던 방 사이에 쥐구멍을 내고 여기로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업은 아무도 없는 자정 무렵에 은밀하게 이뤄졌고, FSB 요원은 엔지니어로 가장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실험실 주변을 드나들며 소변을 맘대로 바꿨다.

    러시아가 은폐하거나 격리해 보관 중인 오염된 샘플은 577개로 육상이 139개로 가장 많고, 역도가 100개로 뒤를 잇는다고 WADA 조사위원회를 이끈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은 보고서에서 적시했다. 이 중 312개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시료다.

    WADA는 또 로드첸코프 박사가 폐기하거나 조작한 소변과 혈액 샘플이 1천40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WADA는 이런 조사 결과를 들어 러시아 정부에 맥라렌 보고서를 공개로 수용하고 RUSADA 모스크바실험실을 대외에 공개하라고 압박했으나 러시아는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WADA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가 세계적인 도핑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며 2015년 11월부터 이어온 RUSADA의 자격 정지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WADA의 결정은 IOC가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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