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회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6일 새벽 통과된 2018년 예산안도 예년처럼 밀실협상과 민원예산 끼워넣기로 얼룩지면서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 되고 있다.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입법권과 함께 국회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일 90일전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60일의 논의를 거쳐 12월 2일에 새해 예산안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예산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고 시간도 부족하다.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예결위심사-예결위 예산안 등 조정심사소위 - 소소위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중요한 결정은 예산안 등 조정심사소위에서부터 이뤄진다.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가 중요하지만 짧은 심시 기간과 여야 정쟁 탓에 심도있는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다.
핵심 쟁점에 사안에 대해서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들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소위에서 이뤄지는데 무슨 논의가 이뤄졌는지,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
소소위에서도 결정이 안되는 쟁점은 여야 원내대표들의 담판으로 결정이 되는데 이 과정 역시 비공개여서 한장 짜리 짧은 합의문에 기초해 논의 내용을 짐작할 수 밖에 없다.
여야간에 쟁점에 대한 타결이 이뤄지면 수정된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가 이뤄진다.
민원성 예산이다보니 몇년간 지속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아닌 일회성 위주의 지역구 관리용 예산이 주로 배정되지만 정부의 예산편성 단계나 국회 심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예산안 통과에 앞선 토론에서 "교섭단체중심으로 구성된 계수조정소위의 몇 번의 심사가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소소위’라는 해괴한 임의기구에서 모든 심의를 하였다. 소소위부터는 모든 것이 깜깜이 였다"고 예산안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관행이라고 다 그런거라고 말씀하지 말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하더라도 잘못된 제도나 운영방식은 고쳐 나가야 할 것 아니냐"며 제대로 된 예산심사 필요성을 호소했다.
예산 심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제출 시기를 앞당기고, 법정시한에 쫓겨 뭉뚱그려 통과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예결위 상설화 필요성 등이 계속 나왔지만 이로 인한 복수 상임위 문제, 기획재정부의 업무 배가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30년 가량 해 예산심사 변천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보좌관은 "과거와 같은 묻지마식 쪽지예산은 없어졌지만 막판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 관행이 여전하다"며 "상임위 예비심사를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