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 (사진=자료사진)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이명박 정부 초반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을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당은 DJ 정신을 잇는 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DJ를 음해한 당사자가 현역 최고위원이라는 사실에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8일 경향신문은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최고위원이 'DJ 비자금 100억 CD' 의혹을 불러온 최초 제보자라고 보도했다.
이 의혹은 2008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폭로하면서 불거졌는데, 박 최고위원이 주 의원에게 대검찰청 정보기획관실에서 일하면서 얻은 CD사본과 발행확인서 등 DJ 비자금 관련 자료들을 건넸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안의 성격이 공소시효가 지난 이야기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 관계를 분명히 따져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음해인지 따져야 하고, 반대로 사실임이 확인된다면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김대중평화센터는 비자금에 대한 가짜뉴스가 많아 검찰에 고발했다. 그때도 현 박주원 최고위원의 제보라는 풍문도 있었지만 저는 당시 박 최고위원을 몰랐기 때문에 확인한 바는 없고 검찰의 수사에 맡겼다"고 상기했다.
이어 "뒤늦게 2010년 허위사실로 사건이 종결되고 (의혹을) 폭로한 주 의원은 벌금 300만원형을 받았다"면서 "이러한 사실이 사정당국자에 의해 밝혀졌다는 보도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현재도 이러한 가짜뉴스로 고인의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검찰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해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검찰 내부에서 이런 내용이 제보되었다면 검찰의 국민적 신뢰를 위해서도 검찰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검찰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박 최고위원은 어디서 그 정보를 제보받았고, 어떤 의도로 주성영 의원에게 알려줬는지 밝혀야 한다"며 "박 최고위원은 김 대통령에 대한 불법정치공작에 가담한 경위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범계 최고위원은 "DJ 비자금설은 사실 무근이라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고, 이를 폭로한 주성영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국민의당은 DJ 정신을 이은 당이라고 하는데 실체를 가려 응분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박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서울지검 특별수사부와 대검 중앙수사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에 20여 년간 근무했다.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에 당선됐으며, 이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 재임 시절 D 건설 회장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로 풀려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9대 총선에서 안산시 단원구갑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했으며, 20대 총선에서는 당적을 바꿔 국민의당 후보로 안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최고위원에 당선된 이후 친안철수계로 분류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지지해왔다. 지도부 회의에서 갑자기 호루라기를 꺼내 부는 등 기행을 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기사는 지나치게 소설"이라며 "DJ 비자금을 제보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정보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전화도 하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제보는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