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금융감독원 채용에 지원한 사람들이라면 보통은 금융권에 있을 것이고 그분들이 현재 금융기관에 있으면 '금융검찰'이라고 불리는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6년 금감원 5급 신입 공채' 금융공학 분야에 지원해 합격선에 들고도 탈락한 정모(32)씨는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또 다른 채용 비리 피해자와의 '소송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채용 당시도 더듬었다.
"금융공학 분야에서 면접을 3명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끝나고 서로 이야기도 했다. 1등한 분은 당시 다른 금융기관에 합격해서 연수를 간다 했다. 금감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가 떨어지니 그냥 합격한 금융기관에 있는다고 하더라. 저는 금융과 관계 없는 회사에서 근무하니까 소송을 진행했지만, 다른 피해자들은 2차 피해 때문에라도 어려울 수 있겠구나…이해가 되더라."
정씨는 그래서 스스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집단 소송 변호를 맡은 변호사를 찾아가 단독 소송을 준비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자신이 합격선에 들고도 떨어진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 한마디 없는 금감원과 언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이유에서다.
정씨는 "금감원 채용 비리 기사를 보면, 누구 하나 채용 비리로 입사한 사람들을 퇴사시킬 수 있는 내부 규정 등이 없고 피해자 범위도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라도 소송을 제기해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금 현 정부가 대대적으로 채용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하지만, 나처럼 채용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피해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된 판결이 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채용 비리에 대해 사회적·국가적·법적으로도 해결해나가거나 처벌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채용 비리 직접 당사자인 금감원이 피해자의 구제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가 소송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금감원 채용 비리에 대해선 그렇게 신속하고 빠르게 판단하더니, 피해자 구제에 대해선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대책을 논의하기만 하고 판결을 기다린다고만 하는 등 갑자기 유연성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씁쓸하기만 하다."
실제로 금감원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대책에 대한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는 단계다. 금감원 법무팀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이라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검찰 조사 뿐 아니라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선 채용 비리 피해자의 소송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한 번 채용 비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채용 비리로 인해 합격한 당사자와 떨어진 피해자를 향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블라인드 게시판에 "이모 국장이 구속까지 됐는데 자신의 아들과 지인의 아들을 입사시키기 위해 부정 청탁한 사람과 당사자는 아는 척을 하기 싫은것 같다"면서 "그런 입사자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면 회사도 망조가 든 게 아닙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 글의 댓글에는 "피해자를 구제해주자"는 글부터 "이런 분은 특채 안되나요? 그것도 대법 확정판결 나야 하나요?"는 의견 등이 달렸다.
반면, "감사원에서 청탁이 있었다고 밝힌 건 1명이다. 인사팀을 욕해야지 나머지 4명을 욕했다가 명예훼손 등 뒷감당이 가능하겠냐"며 자제를 해야한단 내용의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