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스마트폰을 공장초기화하고 영화를 가득 넣었다 지웠다 반복해도 디지털 포렌식 하면 복구되나요? 몰카 찍은 게 걸릴까 봐 불안하네요."
"경찰의 유도신문에 넘어가 성추행 자백했는데 증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기소되나요? 솔직히 상대가 수치심도 안 느낀 거 같은데."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경찰·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선처를 끌어내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증거 인멸 방법을 문의하는 카페들이 대형포털에 버젓이 개설돼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국내 대형포털에 개설된 한 인터넷카페에는 성범죄로 수사를 받는 남성들이 올린 글이 수천 건 게시돼 있었다.
이들은 카페에 자신의 범행 사례를 올린 다음 피해자와 합의하는 방법을 문의한다. 또,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고 봉사활동을 하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등으로 선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서로 격려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범행 증거를 수사기관이 모르게 은폐하는 방법을 묻는 등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물색했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해 경찰의 복구를 피하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자백을 변경하면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했다는 한 이용자는 "여자아이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으름장을 놨다"며 "자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고가 안 됐는데 제 무덤을 파는 게 아닐까 걱정도 든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른 이용자는 "△△지검 ○ 여검사님 완전 끝내준다고 한다. 기소유예는 한 건도 없었고 약식기소 비율도 20%라고 하니 암담할 지경"이라며 "범죄자인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검사계에서 악명 높으신 분이라고 한다"고 특정 검사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해 규제·처벌을 강화하는 데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와 유사한 인터넷카페가 여럿 나온다. 대부분 남성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수임을 받으려는 변호사와 제휴 관계이거나, 변호사가 직접 개설한 카페도 있었다.
다수 이용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면서, 선처를 받으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들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성범죄자가 선처를 받았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정신과 치료를 권하거나, '헌혈을 하면 봉사활동 4시간 인정이 된다'는 '비법'을 공유하고, 반성문을 편지지에 쓰면 A4 용지보다 장수가 늘어나 양형에 도움이 될지를 묻는 등 선처를 받아낼 기계적 방법을 공유하는 일이 많았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 처벌이 엄격해졌다며 투덜대는 성범죄자들의 글을 보니 그간 얼마나 느슨하게 처벌을 해왔나 싶다"며 "자신의 인생을 망친 건 직접 저지른 범죄 행위인데 피해자나 정부·수사기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