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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다시 '연기수업' 책 편 이유 "들뜨면 안되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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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민, 다시 '연기수업' 책 편 이유 "들뜨면 안되겠단 생각"

    [노컷 인터뷰] '마녀의 법정' 여진욱 역 배우 윤현민 ②

    KBS2 '마녀의 법정'에서 여진욱 역을 맡은 배우 윤현민 (사진=제이에스픽쳐스 제공)

     

    이미 아는 사람은 알지만, 윤현민은 원래 프로 야구선수였다. 한화이글스에 있다 두산베어스로 옮겼고, 2010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캐스팅되면서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고된 훈련을 수년간 견뎌 마침내 프로로 데뷔했지만, 상황은 윤현민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난 최고!'란 생각이었는데 프로로 가니 비로소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잘해야겠다는 부담은 커져 그를 짓눌렀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에 부상까지 뒤따랐다.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다. 연기에 대한 어떤 감흥도 없던 그는 배우 엄기준의 연기를 보고 '우와, 배우는 저렇게 멋있는 거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 '야구'라는 한 길을 걸어온 20대 중반의 윤현민은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했다. 3개월 정도 연기학원을 다닌 그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첫 작품은 '김종욱 찾기'였다. 그것도 엄기준이 했던 그 역할이었다. 여기까지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윤현민의 연기 입문기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 종영 기념 윤현민 인터뷰가 진행됐다. 당초 인터뷰 시간보다 15분 가량 일찍 오고도, 약속한 시간보다 더 길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컷 인터뷰 ① 윤현민, '마녀의 법정' 택한 이유 "안 하면 바보라 생각")

    ◇ 야구선수로선 실패했지만 연기는 '평생직장' 삼고파

    윤현민은 성공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삭발하고 숙소 생활하고 많이 맞으면서 6년을 버텼고, 프로로 데뷔하게 됐다. 그러나 프로의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위축'된 그는 잦은 부상을 겪었다. 그렇잖아도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자책하는 성격이었던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겠단 생각을 했다. 긴 시간 애썼지만 그만둘 땐 과감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았던 '배우'에 눈을 돌렸다. 노래와 연기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것에 퍽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된 그의 야구선수 시절 모습 (사진='나 혼자 산다' 캡처)

     

    당연히 집에서는 말렸다. 윤현민은 "부모님은 진짜 억장이 무너지셨을 것"이라면서도 "아마 제가 서른이었다면 관두지 못했을 거다. 25~26살이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다 고정수입이 끊긴 윤현민은 고깃집, 선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연기 학원을 다녔다. '프로필'이 뭔지도 몰랐던 그는 공연을 하고 싶단 마음으로 대학로에 프로필을 돌렸고, '김종욱 찾기'로 연기 첫 발을 뗐다.

    윤현민은 "야구선수로서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처음 목표는 톱스타도 아니고 인기 있는 연예인도 아니었다. 40살쯤 되어도 간간이 나오는, 조금씩 알려지는 배우가 되는 걸 목표로 했다"며 "연기만큼은 실패 안 하고 오래 묵묵하게 해서 평생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소문난 노력파 윤현민, 다시 '연기수업' 책을 펴다

    윤현민은 자신의 바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데뷔 4년차인 2013년 출연한 JTBC '무정도시'를 통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도 '무정도시'의 이정효 감독이었다. 10번 오디션 보면 1번 붙을까 말까 했던 그를, 방송가가 먼저 찾기 시작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에도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마녀의 법정'으로는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꿰찼다.

    그는 "최근 2~3년 정도는 차근차근 코스를 잘 밟아나가는 것 같다. 목표치보다 빠르게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신중해지는 것 같고, 한 씬을 연기해도 겁이 난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윤현민은 올해 OCN '터널'의 김선재, KBS2 '마녀의 법정'의 여진욱 역을 맡으며 상하반기 모두 활발히 시청자들을 만났다. (사진=제이에스픽쳐스 제공)

     

    오랜 기간 고된 훈련을 해 온 운동선수 출신이어서일까. 윤현민은 소문난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야구는 잘 안 되면 방망이 들고 스윙 돌리면 된다, 될 때까지. 연기는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집에서 혼자 연습한다고 늘지 않는다.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얼마나 많이 경험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 때문에라도 많이 부딪치고, 윤현민이라는 개인으로서 인생에서 겪는 감정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노력 같다. 또,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 직업인 사람들을 찾아가 어떻게 사는지 연구하는 것.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할 거다"라고 전했다.

    '마녀의 법정'을 위해 쉼 없이 달린 후 생긴 이틀의 '휴일'에 그는 '연기수업'이라는 책을 폈다. "들뜨면 안 되겠다는"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무명 끝에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탄 진선규의 수상소감을 듣고, 윤현민은 한 대 두드려 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제가 2~3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순수함을 잃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제가 저 자리에서 상을 받았다면 저렇게 진심으로 울컥해서 말할 수 있었을까"라며 "잡생각 안 하고 다시 순수하게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싶어 연기책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진욱처럼 '섬세한' 윤현민

    윤현민은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마녀의 법정' 여진욱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 성격도 섬세한 듯 보였다. 그는 "제가 해 왔던 캐릭터 중 저와 가장 밀착돼 있던 캐릭터여서 편한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현민은 "날카로운 역을 하기 전에는 '연애의 발견'이나 '마녀의 연애'처럼 코믹한 역할을 했다. 여진욱은 일단 말하는 걸 제 실제 톤으로 할 수 있어서 편했다. 밝은 톤으로 올리거나, 까랑까랑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 안 한 것 자체가 수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현민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유쾌하고 엉뚱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나 혼자 산다' 캡처)

     

    전작 '터널'에서 맡았던 김선재 역은 까칠한 성격이었다. 윤현민은 상반된 캐릭터를 그때마다 제 옷처럼 표현해 냈다. 그는 "제 성격과 다른 걸 할 때 통쾌한 게 있더라"라고 말했다.

    "려원누나도 되게 감성적이고 누구한테 싫은 소리 절대 못한다. 주연배우다 보니 현장에서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농담해 놓고 '아 어떡하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하는 성격이다. 그런 분이 이듬이란 캐릭터를 하니 얼마나 통쾌할까. 저한테 '현민아, 나 이걸로 바꿀 거야. 성격 개조시킬 거야' 이러셨다."

    윤현민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코믹한 캐릭터로도 사랑받은 바 있다. 그는 "매 순간 열심히 하려다 보니 예능을 할 땐 예능에 충실하는데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도 나와서 너무 쑥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에선 여진욱으로 잘 봐 주셔서 다행이다. 예능의 모습이 잊혀진 것 같아서… 근데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 "내가 뭐라고…" 큰 사랑에 많이 눈물 흘렸던 올해

    윤현민은 올해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 '터널' 끝나고 나서는 감독을 부둥켜 안고 울었고, '마녀의 법정'이 끝날 때는 종방연에서만 간신히 울음을 참고 집에 가서야 눈물을 쏟았다. 계속 감사한 일만 생기는 덕이다.

    '무정도시', '순정에 반하다', '감격도시' 등 이전 출연작부터 이번 '마녀의 법정'까지 해외로 나가면서 국외 팬들이 생긴 그는 팬미팅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아시아 팬미팅이 계속 잡히는데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에 또 울컥한다"고 웃었다.

    팬미팅을 위해 어떤 걸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팬미팅을 위해 일본어를 외우느라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노래도 한 4곡 정도 할 것 같다. 법정 씬 대사보다 힘든 게 (일본 노래) 가사 외우는 거더라"라고 답했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갈증은 여전할까. 윤현민은 "아무래도 로코에 대한 갈망이 있긴 하다. 들어오는 작품들은 남성적인 캐릭터 위주인데. 그런데 난 로코만 할 거야, 이건 아니다. 대본 보다가도 '마녀의 법정'처럼 제가 꽂히는 게 나타나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묻자 병원에 다닐 것이라고 답했다. 드라마 촬영 때는 차를 집 삼아 지내는 만큼 허리가 안 좋아져서 디스크를 달고 산다고. 연말에는 일본 팬미팅과 '연기대상'에만 몰두할 예정이다. 다행히 여행 갈 여유가 1~2주 정도는 생겼다.

    "야구선수하면서 홈런 쳐 본 적은 많아도 연타석 홈런을 쳐 본 적은 없다. '터널'이랑 '마녀의 법정'이 잘 돼서 너무 좋더라. '마녀의 법정' 카메라팀 스태프들이 저랑 '뷰티풀 마인드' 했던 분들이다. 그때는 2회분이 줄었는데 이걸로 잘 돼서 너무 좋았다.

    아직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조금 텀을 줘야 되는 게 맞는 건지 잘 되고 좋은 기가 있을 때 바로 또 (연기를) 보여줘야 되는 게 맞는 건지. 그것도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 같다. 일단 좋은 대본이 오면, 시기가 빠르건 짧건 간에 할 것이다."

    배우 윤현민(사진=제이에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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