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 중 시동꺼져도 조치없던 현대차
- 제보 1달만에 해고, 형사고소까지
- "떳떳한 일 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 아직 제보 끝나지 않아…선례 남기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광호 (현대차 전 부장)
지난 5월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사태 여러분 기억을 하십니까? 현대자동차 12개 차종에서 제작 결함 다섯 건에 대해 국토부가 강제 리콜 처분을 내렸었는데요. 이게 알고 보니까 한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서 올 연말에 참여연대가 수여하는 올해의 의인상 또 한국투명성기구가 선정하는 투명사회상, 상을 2개나 이분이 받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연결을 해 보죠.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광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상을 2개나 받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 김광호>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훌륭한 일을 하신 공익 제보자가 우리나라에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이어 좋은 상을 2개나 받게 되어서 다른 분들한테 좀 미안하기도 하고요.
◇ 김현정> 별말씀을요.
◆ 김광호>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 김현정> 책임감도 느끼시고요.
◆ 김광호> 네. 제가 학교 다니면서 개근상 받은 이후에 37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이고요.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참여연대 올해의 의인상 수상식에서 김광호 현대차 전 부장 (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처음 국토부에다가 현대차 내부결함 문제를 제보하신 게 지난해 10월, 총 32건의 결함 의심사례들을 제보를 하셨는데 이 중에 8건이 리콜 조치가 된거죠? 이게 어떤어떤 결함들이었죠?
◆ 김광호> 그중에 제일 대표적인 게 세타엔진 깨짐이었고요.
◇ 김현정> 엔진 결함?
◆ 김광호> 고속도로 주행하다가 갑자기 엔진이 쿵 소리와 함께 시동이 꺼집니다.
◇ 김현정> 주행을 하는데 시동이 꺼져요?
◆ 김광호> 네. 그리고 나서 점검을 해 보면 거의 대부분이 엔진이 깨져서 있습니다.
◇ 김현정> 들어보니까 이게 보통 심각한 결함이 아니었는데 이 결함은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 김광호> 제가 현대자동차 품질본부, 품질전략팀에 근무할 때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먼저 화재가 났었고요. 국내도 그전부터 간간이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로는 세타투엔진 2개 사양이 다른 정상적인 엔진보다 거의 10배, 20배 정도 결함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다음에 바로 리콜 조치를 안 하던가요?
◆ 김광호> 그러니까 미국은 그렇게 통보하고 협의하면서 리콜하기로 결정이 돼서 2015년 9월달에 바로 리콜 조치가 47만 대에 대해서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내는 회사에서 발표를 했죠. 미국 공장에서, 앨라배마공장만 청정도 문제라고 해서 국내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그렇게 발표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선생님은 이게 지금 분명 국내에도 문제가 있단 건지 알고 있는데 갈등이 되셨을 것 같아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이 회사 계속 다녀야 되는데 이걸 눈 감고 모른 척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알릴 것인가?
◆ 김광호> 고민을 많이 했죠. 내부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그런 기업문화라고 그럴까요. 그런 게 자리 잡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가만히 놔두게 되면 회사가 망하고 말겠다.
◇ 김현정> 회사를 생각해서라도 이건 이야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 김광호> 그렇습니다. 감사실에 가서 그렇게 제가 말씀을 드렸죠.
◇ 김현정> 말씀을 드렸는데 회사에서는 별 반응이 없던가요?
◆ 김광호> 제가 한 1년을 기다렸죠. 그 1년 동안 기다리면서 제가 나중에 내린 결론은 '회사도 이 문제를 다 알고 있었구나.'
◇ 김현정> 그래서 결국은 국토부에 내부고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국 양심의 문제잖아요. 내가 이거 모른 척하면 나는 이 자리 보존할지 모르지만 이 차를 타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안전은 어떻게 하나라는 양심의 울림 같은 걸 무시할 수가 없으셨던 거예요, 끝내?
◆ 김광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 세상에 알리고 난 후에 선생님한테 몰아닥친 그 엄청난 고통의 시간은 대단했다고요?
◆ 김광호> 작년 10월 1일날 공익제보를 했었는데요. 한 달 만에 바로 해고됐죠. 11월 1일로 해고는 바로 되었고요.
◇ 김현정> 아니, 한 달 만에 해고를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이건 지금 이유가 안 되지 않습니까?
◆ 김광호> 이유가 안 되는데 회사에서 이유를 만들어가지고 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요?
◆ 김광호> 공익제보한 내용을 가지고 보안규정 위반이라는 거죠.
◇ 김현정> 사내규정 위반이다?
◆ 김광호> 인사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었고요. 저도 그 자리에서 이 문제를 은폐했던 그 사람들을 조사해서 징계해야 되는 것이지 공익제보자를 처벌하는 것은 이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저는 계속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죠.
◇ 김현정> 그런데 결국은 안 받아들여지고 한 달 만에 해고가 되셨어요.
(사진=자료사진)
◆ 김광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해고가 된 게 다가 아니라 집으로 경찰이 들이닥치는 일도 있었다면서요. 그건 뭔가요?
◆ 김광호> 그 이후에 바로 동시에 형사고소가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마는 올해 2월 20날 저의 양력 생일입니다. 집에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쳐들어와서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죠. 가족들도 당황했고 공익제보한 사람을 경찰이 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는 게 저는 상상이 안 갔던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경찰에 고소된 것은 무혐의 처분이 났고, 또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으면서 해고도 무효 판결이 났습니다. 복직이 결정이 됐습니다마는 한 달 만에 퇴직을 하셨어요. 어떻게 됐든 개인의 삶은 사실은 망가진 것 아니겠습니까?
◆ 김광호> 그런 셈이죠.
◇ 김현정> 저는 공익제보하시는 분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항상 똑같은 질문을 드리는데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면 또 똑같은 일을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이에요.
◆ 김광호>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당당하고 떳떳한 일을 하는데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고는 사실 시나리오에 없었습니다.
◇ 김현정> 이 정도까지 될 줄은?
◆ 김광호> 그러니까 알면 알수록 공익제보가 너무 힘들구나… 제가 지금 감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은. 제가 제보를 할지 말지 저도 지금은 상당히 고민스럽습니다.
◇ 김현정> 마음이 좀 아픕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엔진을 타고 그냥 다녔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고 고통을 겪었을까. 그 고통을 대신 지금 혼자 짊어지고 가시는 거예요, 김 선생님.
◆ 김광호>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이 땅의 공익제보자들이 집안이 풍비박산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당하는 것 말고 오히려 더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김광호> 아직까지 공익제보 (관련 내용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년 하반기 정도 되면 결론이 날 것 같은데요. 그때쯤 되면 저도 성공적인 공익제보자가 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성공적인 공익제보자, 공익제보했다고 다 망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잘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용기내세요 이런 사례가 꼭 되시기를, 꼭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김광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현대자동차의 결함을 세상에 알려 리콜을 이끌어낸 분이시죠. 전 현대차 부장 김광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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