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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00일 파업 자랑스러워… MBC처럼 분명히 승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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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100일 파업 자랑스러워… MBC처럼 분명히 승리할 것"

    [노컷 인터뷰] 닷새째 단식 중인 KBS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

    단식 닷새째인 11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이 시민에게 선물 받은 손편지와 립밤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9월 4일 KBS와 MBC에서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총파업이 시작됐다. 출발은 같았지만, 석 달이 넘은 현재 다다른 지점은 다르다. 대주주 구도 재편후 김장겸 사장이 해임된 MBC는 파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고, 최승호 해직PD가 신임 사장으로 돌아왔다.

    KBS는 그보다는 속도가 더디다.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KBS이사회 11명 중 야권이사들이 다수(6명)다. 고대영 사장은 버티고 있다. 최근 반전의 기회가 왔다. 감사원 감사로 KBS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유용'(사적사용 금액은 1175만 3810원/사적사용 의심 금액은 7419만 3480원)이 드러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그 중 비위 정도가 가장 심한 이사들의 '신속한 해임'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새노조의 파업은 12일로 100일을 맞는다. 2012년 김인규 사장 당시 벌인 95일 파업을 훌쩍 뛰어넘은 '최장 파업'이 됐다. 이번 기회가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자주 언급해 왔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과 함께 지난 7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KBS 이사들에 대한 '빠른 결단'을 촉구하려는 목적이다.

    CBS노컷뉴스는 단식 닷새째이자 파업 99일째였던 11일 오후 성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소량의 소금과 물만으로 버티며 "배고픈 것 빼곤 괜찮다"는 그는 "강고하게 100일 파업을 이어온 것은 새노조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자랑스럽다"며 다시 한 번 '승리'를 확신했다.

    ◇ 단식 농성 천막에서의 하루

    성 본부장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식 중인 하루 일과를 물었다. 잠은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자고, 아침 8~9시 사이에 천막 농성장으로 나간다. 방문객들을 맞고, 이어말하기 하는 노조원들을 응원하고, 잠시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겨 노조 집행부 회의를 하고, 전화로 이런저런 일도 처리하느라 평일에는 짬이 안 난다고.

    인터뷰했던 11일은 아침 8시부터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한 날이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해임건의를 포함한 인사조치 통보'가 나온지 3주가 넘었음에도 미온적인 방통위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11일 오전 8시,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방통위는 결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광화문 광장은 지난 5일부터 새노조 노조원들이 KBS 총파업의 배경과 의미를 알리는 무기한 '이어말하기'(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밤이든 낮이든 눈이 오거나 칼바람이 불어도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방식 덕인지, '파업'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졌다.

    마이크를 잡은 노조원 발언 중 기억에 남는 걸 물었더니 성 본부장은 "찾아오는 손님이 많고 단식을 하고 있어서 다 듣지를 못한다"고 멋쩍은 듯 답했다. 그럼에도 가슴 아픈 부분은 분명히 있다. 추위에 떨며 자기고백을 하는 후배들을 볼 때다.

    "취재할 때 나는 이런 억압과 통제를 받았다, 자기검열했고 저항하지 못하고 제대로 싸우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 속죄하는 모습들이 가장 안타깝다. (필리버스터를 하면) 혼자 가슴속에 삭여왔던 얘기들이 툭툭 튀어나오거든요. 참 많은 사람들이 아팠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잘못한 것에 대해 속죄하고 고백하면서 뭔가 응어리진 것을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싸움이 되고 있다. 방통위 결단을 촉구하는 목적도 있지만, 노조원 스스로에게도.

    시민들 입장에서도 어디서 이런 진솔한 얘기 듣기가 되게 어렵지 않나. 특히 저널리즘을 공부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 들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부당지시, 간섭, 통제, 어려움 등을 들을 때 가장 가슴에 와닿고 눈물도 나더라. 또, (필리버스터할 때) 다른 노조원들이 앞에서 응원하고 함께 밤새 지켜주는 것도 잊지 못할 장면이다."

    필리버스터는 유튜브 생중계로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민들은 댓글로 격려하기도 하지만 광장에 직접 오기도 한다. 성 본부장은 "따뜻한 차나 음료수를 주거나 선물 들고 오는 분들이 있다. 저도 오늘 손편지와 립밤을 선물 받았다"며 웃었다. 이어, "발언대에 서서 직접 말한 분도 있다. 날씨가 추워 그렇지 안 그러면 많이들 지켜보고 가신다"고 덧붙였다.

    ◇ 최장기간 파업 기록 깬 '100일 파업'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이 단식 농성 천막에서 책을 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새노조는 창립 이래 가장 긴 파업을 하고 있다. '100일 파업' 중인 심경을 물었더니 "감회가 새롭다. 강고하게 100일 파업을 이어왔다는 것은 저희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그는 "왜 이 100일 파업이 벌어지는 지금이 이명박-박근혜와 같은 언론장악 정권이 아니라, 언론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촛불혁명이 만들어 낸 정부 때인지…"라며 "그 부분은 굉장히 착잡하다. 고립된 채 싸우고 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파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아무리 늦어도 11월 안에는 끝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것도 정말 넉넉하게 생각한 거였다고. 그럼에도 끝까지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파업에 동참하는 노조원들과 격려하는 시민들에게서 얻는다. 그 '단결된 힘' 2가지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게 성 본부장의 설명이다.

    성 본부장은 "공영방송을 권력에 판 부역세력이 여전히 공영방송 KBS에 앉아 있다. 그들에 대한 청산 없이는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올 수 없다"며 "그동안 KBS와 공영방송들이 국민 신뢰를 잃었지 않나. 그걸 다시 회복하려면 부역세력 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씨가 탄핵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낙하산 부역세력들이 KBS에 남아 있으면서 KBS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저희 파업 1차 목표는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회 등 부역세력-협력세력 청산"이라며 "어떻게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KBS 개혁의 교두보를 만드는 싸움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MBC 보고 우리도 빨리 정상화 나서야겠단 생각"

    이른바 '구체제'를 먼저 벗어나고 차차 변화하고 있는 MBC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양대 공영방송으로 영원한 맞수인 MBC의 '조금 빠른 승리'를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성 본부장은 "일단 굉장히 기쁘다. 더군다나 제가 잘 알고 있는, 정말 훌륭한 분이 MBC 사장(최승호)이 되어서 앞으로 MBC가 적폐청산과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저희도 빨리 정상화에 나서야겠다는 조급함도 솔직히 든다. 하지만 우리도 분명히 승리할 것을 안다. MBC나 다른 방송사들이 먼저 출발한 만큼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잘 보고 배워서 차질 없이 빨리 따라잡아야겠다. 그래서 진짜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국민들 앞에서 한 번 평가받고 싶다. 빨리 승리해야겠다는 그런 마음만 들죠."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돌리고'(돌아오라 리셋 고봉순) 파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과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이 미소짓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00일째 파업 중인 새노조는 파업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그 이후 KBS는 '새롭게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개혁을 하기 위해 각자 바라는 KBS의 상을 그리고 공유하기도 한다.

    성 본부장은 노조위원장이기 이전에 유능한 기자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사회부, '취재파일',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그는 '최초공개-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2005)', 법은 평등한가?'(2006), '새정부 고위공직자 검증 연속보도'(2008), '시사기획 창: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2014), '전국 유·초중고 석면지도 작성 및 석면 정보 관리 문제점'(2016) 등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앞으로 달라진 KBS에서 가장 먼저 '기자'로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는 "기존에 하던 걸 해야겠죠"라고 덤덤히 답했다. 현재 디지털뉴스국 소속인 성 본부장은 2년 간 거의 손대지 않았던 '데이터 저널리즘' 부문에 몰두하고 싶단 뜻을 밝혔다.

    성 본부장은 "2년 가까이 전혀 보지 않아서 많이 뒤처져 있다. 취재환경 변화도 있고 여러 조류도 달라져서 많이 따라잡아야 한다, 일단은"이라며 "데이터 저널리즘이 정말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어떻게 제대로 국민들한테 서비스될 수 있는지, 저널리즘으로서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는지 그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 본부장 인터뷰 당일이었던 11일 오전, 방통위는 업무추진비 관련 비위가 가장 심한 강규형 이사에게 해임건의를 사전 통보하기로 했다. 강 이사가 해임될 경우, 현재 여야 5:6 구도는 6:5로 역전돼 고 사장 해임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기에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새노조는 파업 100일을 맞아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전국 조합원 총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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