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7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과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윤창원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12일 비박(非朴)계 복당파 김성태(3선·서울 강서구을) 의원이 당선됐다. 이로써 한국당에는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의 '비박 투톱체제'가 완성됐다.
탄핵과 대선패배 이후 치러진 첫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계가 친박계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주류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대표로선 이번 선거 과정에서 우회 지원했던 김 의원의 당선으로 강력한 당 장악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이날 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투표수 108표 가운데 과반인 55표를 획득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과반 조건을 1표 차로 충족한 '턱걸이 득표'로, 재검표가 이뤄질 정도로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당초 복당파인 김 의원에 대항하는 잔류파의 심리와 홍 대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작용하면, 경쟁자인 한선교 의원이나 홍문종 의원으로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구도를 지배한 '김성태 우세론' 속에서도 "1·2위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선 반(反) 홍준표, 반(反) 복당파 정서 보다는 '친박 재등판 불가론'과 '대여투쟁력을 갖춘 강한 원내대표론'이 통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홍문종 의원과 한선교 의원을 향해 "다른 후보는 사실상 기존의 친박, 그리고 범(凡) 친박에 해당하는 계라고 본다"며 비박인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해왔다. 정견발표에선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자신을 "투쟁 전문가"로 소개하며 "우리 당의 당면과제는 첫 째도, 둘 째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당 위기를 초래한 친박이 다시 원내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위기감과, 정부 여당 견제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당 관계자도 "(선거 당일) 정견발표와 토론과정에서 친박계에 거침없이 각을 세우면서 대여 견제를 떳떳하게 할 수 있는 후보임을 보여준 게 과반 득표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립지대 후보임을 내세웠지만, '원조 친박' 꼬리표를 떼 내지 못한 한선교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각각 17표, 35표 획득에 그쳤다. 이로써 당 주류를 차지해왔던 친박계는 사실상 소멸의 길로 들어섰다.
홍준표 대표도 선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는, 이제는 친박계가 없다. 이제는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번 선거에 개입하면서 '사당화 논란'의 중심에 섰었지만, 결국 자신이 밀었던 김 의원이 당선되면서 오히려 '당권 강화'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됐다.
김 의원이 당선되면 서청원 의원 등에 대한 '추가 친박 청산'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친박계의 퇴조기류가 확인된 만큼 제명 절차 등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당 핵심부에서 나온다.
김 의원도 당선 직후 친박 청산 문제와 관련해 "단합과 결집을 위해서는 더이상 갈등, 분열하지 않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분열 분위기를 조성하기 보다는, 보수통합을 통한 강한 투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도 친박계 함진규(재선·경기 시흥갑) 의원을 택하며 전략적으로 당내에 '화합' 메시지를 던져왔다.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과 정책위의장의 함진규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7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 확정 후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윤창원기자
비박계·복당파의 득세 기류가 분명해지면서 한국당 지도부는 바른정당 내 한국당 통합파 끌어오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에 샛문만 여는 게 아니라 대문을 열어 보수대통합의 길을 추구하겠다"며 "유연하게 우리 당이 변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서 당면한 첫 번째 과제로는 국회로 넘어온 '최경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대응 문제가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2일 본회의 표결을 목표로 의사일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와 관련, 의사일정 조율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일단 22일 표결 조건 마련에는 협조하되 본회의에는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대표도 "의원들이 주장해 온 기득권 타파 정신을 존중하는 의미로 결정을 했으면 한다"며 본회의 개최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표결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가. 들어가서 우리당 의원을 잡아가지 마라, 또는 잡아가라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