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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틸러슨의 '무조건 대화' 제안, 북핵문제 해결 물꼬 틀까



칼럼

    [논평] 틸러슨의 '무조건 대화' 제안, 북핵문제 해결 물꼬 틀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북한에 대해 파격적인 제안이 나왔다.

    "북한이 원하면 그냥 날씨 얘기를 할 수도 있다. 마주앉은 테이블이 원형인지 사각형인지 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일단 만나자."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자리였다.

    트럼프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공식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핵 포기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절대 대화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해왔다.

    이것은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사실상 닫은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대응은 그동안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북핵 위기는 더 증폭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포기 의사를 밝히기는 커녕 미국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며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 가속화하고 있다.

    급기야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화성-15호' 시험발사 성공을 과시하면서 미국 본토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제안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확실히 '선 대화재개 후 비핵화' 쪽으로 입장을 전환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0월 북한과 2~3개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을 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꼬마 리틀맨(김정은)과의 협상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공개면박을 준 전례가 있다.

    특히 이 사건 이후 틸러슨 경질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틸러슨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 속에서 나온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지난 10월과는 다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북한은 현재 ICBM 개발성공으로 크게 고무돼 '핵무력 완성'까지 선언했다.

    이런 북한에 핵포기는 있을 수 없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12일 군수공업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더욱 승리적으로 전진, 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으로서는 남은 카드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등 군사옵션이지만 이는 주한미군과 한국민의 엄청난 희생을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사리 쓸 수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카드를 접는다면 북한을 상대로는 틸러슨의 제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 부분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무조건 대화하겠다고 확실히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면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선택이다.

    때마침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제프리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의 방북을 받아들이는 등 대화국면 조성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무조건 대화하자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미간 대화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한반도 주변국 모두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14일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고 대화의 기운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북미간 대화가 성사된다고 해서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대화하는 동안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대북 제재와 압박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거나 북핵문제를 어중간한 동결로 타협하는 선에서 끝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화 이후의 로드맵을 놓고 한미 간에 긴밀한 조율과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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