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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트럼프 美행정부의 오락가락 대북정책



칼럼

    [논평] 트럼프 美행정부의 오락가락 대북정책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이쯤 되면 '또! 틸러슨'이라는 조롱이 생겨날 만도 하게 됐다.

    13일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된 틸러슨의 발언은 하루도 안 돼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온도차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아예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국무부의 대변인조차도 "명백하게 지금은 대화의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틸러슨의 말을 뒤집었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한 미국 외교수장의 말이 개인의 돌출발언으로 추락한 셈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실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강조한 상황에서 틸러슨의 대북 유화 발언이 나오자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은 일제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압박'과 '관여'의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에 맞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여 왔다.

    그런데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거둬들이겠다니 이는 파격적인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의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쌍중단(雙中斷)'을 내세운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환영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백악관과 사전 조율이 안 된 틸러슨의 발언 파문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틸러슨은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해 "북한과 2~3개의 직접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깜짝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꼬마 로켓맨(북한 김정은)과의 협상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말로 틸러슨에게 면박을 줬다.

    이후 두 사람의 거듭된 불협화음 속에 틸러슨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지칭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미국 정가에 파다한 틸러슨 교체설은 이번 발언 파문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후임 국무장관에는 대북 강경론자인 마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최고 석유메이저인 엑슨 모빌의 회장을 지낸 CEO 출신의 틸러슨 장관은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외교적 수사에 능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난맥상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오히려 대화 국면의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대화만을 위한 대화' 제안은 향후 협상 국면이 조성되더라도 북한의 적극 참여를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미일의 대북 공조에도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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