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한국인들은 지금도 매일 중국 문화를 접한다"며 "많은 소년들이 삼국지연의를 읽고 청년들은 루쉰의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을 읽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대에서 열린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논어와 맹자는 여전히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백과 두보와 도연명의 시를 좋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대는 지난 1898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립 종합대학으로 중국 미래 인재의 산실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린첸화 총장을 비롯해 베이징대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30분 가까이 진행된 연설에서 한중 양국의 역사와 문화, 인물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한중간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한국의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 중에도 베이징 대학 출신이 있다"며 "1920년대 베이징 대학 사학과에서 수학하였던 이윤재 선생은 일제의 우리말과 글 말살 정책에 맞서 한글을 지켜냄으로서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절 빛을 밝혀줬다"고 소개했다.
또 조선 후기 실학자들을 거론하며 중국과의 오랜 역사적 인연도 되짚었다.
문 대통령은 "18세기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베이징을 다녀 온 후 중국을 배우자는 뜻으로 '북학의'라는 책을 썼다"며 "같은 시대 베이징에 온 홍대용이란 학자는 중국학자들과 '천애지기(天涯知己)'를 맺었다"고 말했다.
특히 삼국지연의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삼국지연의를 좋아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은 유비가 백성들을 이끌고 신야(新野)에서 강릉(江陵)으로 피난을 가는 장면"이라며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인문학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은 같은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교류해온 '이웃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일투쟁에 함께 나섰던 양국의 역사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에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윤봉길 의사와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마오쩌뚱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 참여했던 조선청년 김산 등을 언급하며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이 이런 동지적 신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동질감을 바탕으로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베이징대 학생들이 중국 미래를 이끌 차세대 국민들인 것을 감안해, 한중간 사드 갈등 등 해묵은 논쟁을 종식시키고 동북아 평화정착에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