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마련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 당하고 있다. (사진=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4일 열린 한 행사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폭행 당한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식으로 논점을 벗어난 혐오성 지적을 내놓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인문학을 전파하면서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작가 최준영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레기는 어디 가서나 설치니 맞을 짓을 해서 맞았을 거란다. 그게 대체 사람의 말이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그것도 대통령 해외순방 사절단의 일원으로 가서 맞았다"고 사건의 본질을 설명했다.
최준영은 "어떤 이는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말도 맞고, 중국 경호원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으니 강력항의하는 것도 맞단다. 언론 때문에 머리가 흐리멍텅해져서 이런 의견을 내는 거니 뭐라 하지 말란다"며 "같지도 않은 변명까지 늘어놓으며 개소리를 지껄인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김정란, 조기숙 따위의 '관종'들도 어김없이 미친 소리를 해댄다. 거기, 수백개의 '좋아요'가 붙는다"며 글을 이었다.
"낯설지 않다. 기시감이 든다. '선조 때나 인조 때는 침략 당할 만해서 침략 당한 거다. 조선은 망할 만해서 망한 거다. 한반도는 분단될 만해서 분단 된 거다. 조선놈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 이른바 식민사관이다. 앞서 거론한 자들의 망발은 그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식민사관을 내면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최준영은 "망해 마땅한 나라는 없다. 맞아 마땅한 사람도 없다"며 "그런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제국주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친놈이거나 깡패집단에 속한 자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주관한 '한중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문재인 대통령 근접 취재 비표를 소지하고 동행 취재 중이었다.
개막식 행사 직후 대통령이 한중 스타트업 기업 부스를 둘러보기 위해 맞은편 홀로 이동했고, 이를 따라가는 기자단을 현재 중국 경호 인력이 막아섰다. 한국 기자들이 취재 방해에 항의하자 경호업체 직원들은 고모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아 넘어뜨리고 이 장면을 촬영하는 다른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고도 했다.
다시 취재를 이어가기 위해 기자단이 스타트업 기업 부스가 마련된 홀 입구로 도착해 출입증까지 보여줬지만 경호업체는 이번에도 출입을 막아섰다. 이모 사진기자가 계속되는 취재 방해 행위에 강력히 항의하자 경호 인력들은 이 기자를 복도로 끌고 가 집단 폭행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들과 기자단이 제지하려 애썼지만 15명 이상의 경호업체 직원들은 이 기자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이 기자는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코피까지 흘렸다. 이 외 폭행과정에서 다른 기자들도 부상을 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튿날인 15일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고 폭행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짓밟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취재 방해 및 폭행 가해자를 문책하고, 공식 사과하라. 아울러 한국과 중국 정부는 앞으로 한중간 외교행사 과정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역설했다.
한국기자협회도 같은 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것은 물론 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을 모욕한 행위"라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공식항의, 그리고 중국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