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계가 종교인 과세 시행을 20여 일 앞두고 또 다시 반발하고 있다. 보수교계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조세 형평성을 언급하면서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그러자 보수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종교인 과세 시행이 못마땅했던 상황에서 이낙연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보수교계는 종교 탄압 주장을 들고 나왔다. 18일 규탄대회에서는 "종교인 과세는 교회를 말살하려는 법이자 종교 탄압"이라는 발언이 쏟아졌다. 또 종북 프레임도 여전히 등장했다.
"종교인 과세 시행은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행동(?)"이태희 목사(민족복음화운동본부 총재)는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반 걸음 이상 옮겼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 목사는 '공산주의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종교 탄압, 그것도 기독교 탄압"이라며 "종교인 과세 시행은 종교 말살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희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종교인과세 시행을 연결하는 억지성 발언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슬람 자본을 끌어들이고, 2015년에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려고 했던 점 등을 들어 하나님께 저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평소 여러 논란을 일으켰던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연합 공동대표)는 "종교인 과세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을 해체하려는 조직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도 쏟아냈다. 전광훈 목사는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 교회가 해체될 수도 있다"며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우리는 세금을 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종교 활동비에도 과세하면 안 돼그렇다면 보수교계는 이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종교인 과세를 왜 반대하는 것일까. 종교 활동비를 둘러싼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서 목사가 받는 월급 즉 사례비에만 과세하고, 도서 구입비와 연구비 등 목회 활동비에는 과세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종교인들에게만 세금을 우대해준다는 비판이 일었다.
마음만 먹으면 과세 대상인 '사례비'의 액수를 줄이고 비과세 대상인 '종교 활동비'로 늘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종교활동비에도 과세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예를들어 한 달에 사례비 300만 원을 받는 목회자가 사례비로 50만 원, 종교활동비로 250만 원을 신고할 경우 25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활동비를 과세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한다면 그 상한선이라도 둬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은 목회 활동비는 목사 개인의 돈이 아니라 목회 활동, 즉 교회를 위해 사용하는 돈이기 때문에 과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종교인의 경우 수입이 같은 일반 시민들보다 세금을 적게 납부하게 돼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비과세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반쪽짜리 과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발표한 종교인 소득 과세제도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타 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 원의 종교인이 내는 원천징수액은 월 5만 73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5,000만원을 받는 일반 직장인이 근로소득으로 신고를 할 경우 원천징수액은 9만 9,560원으로 기타소득으로 신고한 종교인의 1.9배에 달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종교인과세 시행, 특혜 논란에 휘말리기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내는 것이 종교인다운 행동이라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