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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립유치원의 자주성과 공공성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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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사립유치원의 자주성과 공공성에 대한 소고

    • 2017-12-19 10:55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지원금 확대, 감사 거부, 사유재산 인정 등을 주장하며 휴업을 강행하려고 했다. 한유총의 요구 사항은 그 주장 자체로도 모순되지만, 여론에 밀려 명분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유총의 휴업 강행 시도를 통해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이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아니어도 설립이 가능하므로,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사립유치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유아에 대한 정규 학교교육 중의 하나로서 공교육 기관이므로,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 과외교습소 및 보육시설인 어린이집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립유치원은 공교육 기관인 학교이므로, 관할청의 지도, 감독을 받으며, 사립유치원 교원의 자격, 복무에 관하여는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사립유치원 교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사립유치원이 받은 기부금 및 수업료 기타 납부금은 교비회계의 수입으로 하여 이를 별도 계좌로 관리하여야 하며,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사립유치원은 유치원 원비 및 예·결산 등 회계에 관한 사항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할 의무도 있다.

    2017년도 교육통계를 보면, 전국에 있는 사립유치원 4,282개 중 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515개인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3,72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에 있는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및 초등학교 이상의 학교보다 법적 규제를 적게 받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학교 재정의 안정성 및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항들을 많이 두고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사립학교법의 입법취지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53조 제3항 단서를 보면, 초·중등학교의 장은 중임 회수가 1회로 제한된다. 이는 교장의 노령화ㆍ관료화를 방지하고 인사순환을 통하여 교단을 활성화하며, 학교경영과 교육을 분리하고 있는 교육법제에 충실하고자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하여, "초·중등학교의 장은 최장 8년간 재임이 보장되고, 동일한 학교의 장의 경우 중임만 제한받을 뿐이므로 학교법인의 사학의 자유나 초·중등학교장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2007헌마1189 결정).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위 사립학교법 제53조 제3항 단서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유치원장의 재임기간에 제한이 없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서는 정년이 될 때까지 유치원장을 할 수 있고, 때로는 유치원장의 지위가 그 자녀에게 세습되기도 한다.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특수관계 즉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 등의 관계에 있는 사람은 그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다(사립학교법 제54조의3 제3항).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하여도 "학교법인의 경영과 학교행정을 인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학교의 자주성을 보호하고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사장의 배우자 등의 직업의 자유나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2007헌마1189 결정).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위 사립학교법 제54조의3 제3항이 적용되지 않아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 등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해당 유치원의 장에 임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하여 학생 교육에 사용되어야 할 교비 중 상당액이 유치원 설립자와 그 가족들의 인건비로 충당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은) 학교법인의 재정적 기초가 되는 기본재산을 유지·보전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 학교법인의 운영자나 이해관계자의 사익추구행위나 학교법인의 자의적이고 방만한 재정운영으로부터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이 산일되는 것을 방지하는 적절한 수단이며,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는 사립학교 재정의 공고화에 대한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할 것이고 입법자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거래의 안전이나 상대방의 재산권보다 학교재정의 건전화에 대한 공익적 요구를 중요한 가치로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나 학교법인의 채권자 내지 거래 상대방 등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판시한 바 있다(2011헌바14 결정).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위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이 준용되지 않아 유치원 재산의 처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법령상 복식부기 의무도 없어 유치원의 거래 내역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의 규모와 실정에 맞게 복식부기 의무를 정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교육은 공공재(公共財)적 성격이 강조되어 사학 역시 국·공립학교와 유사한 공공성이 요구되고 있다. 사립유치원 역시 설립되는 즉시 설립자나 그 가족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단순한 사유재산의 범주를 초월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공익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된 지위를 갖는 것이다. 물론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율권을 누리지만,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유는 사립학교 경영자의 자의를 방지하고 학생과 교직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할 뿐이다. 사립학교는 사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성 사이에서 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인데, 현재 사립유치원의 재무 구조와 운영 실태를 보면, 적어도 사립유치원에 관하여는 재산권 보호, 사학의 자율성을 논하기 전에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고, 준법의식 및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해 보인다.

    ※ 본 기고/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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