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안철수 당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에게 안 대표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른바 '박정천' 의원이 강력 반발했다.
'박정천'은 통합을 추진하는 안 대표에 반대하는 호남중진 의원인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의 성만 따 이름처럼 부르는 약칭 또는 별칭이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통합에 전당원투표를 하기로 한 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연장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투표에 빗대 비판했다.
천 의원은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연장하기 위해 재신임투표와 연계된 국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며 "박정희가 독재연장을 위해 신임투표적 국민투표를 악용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당사에서 당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가 있었던 적이 없다"며 "안 대표도 독재적, 독선정 당 운영을 위해 재신임투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 의원은 특히 2015년 문재인 대표에 대한 재신임 논란이 있을 때 당시 안철수 의원도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고…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도 취소”하라며 강력하게 반대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정동영 의원도 천 의원처럼 안철수 대표의 전당원투표를 사당화를 위한 독재적 조치로 규정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총 전 기자회견 한 안철수 대표를 비난하며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 도중에 기자들을 만나 군복무 시절 유신헌법 찬반투표를 거부했던 개인사를 언급하며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국민투표를 자신의 신임으로 몰고 가 유신독재 헌법을 존속시켰다"며 "안 대표가 독재자 박정희에게 배운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어 "안 대표가 정상적인 당의 헌법절차를 무시하고 당원투표를 통해서 합당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하루전에 의원총회가 소집됐음에도 불참하고 의총에 앞서 알박기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투표 방침을 발표한 것은 반의회주의적인 독재적 발상"이라며 "안 대표는 이 순간 대표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안 대표께서 통합과 자신의 신임을 묻는 전당원 K-보팅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이는 안철수 사당화의 증거"라며 "통합 추진을 위한 전당원 투표 등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전당원투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도 별도의 성명서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최 의원은 "대표 당원으로 구성된 전당대회만이 당의 해산이나 합당을 의결할 수 있다"며 "(전당원투표를 통해 합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당 대표가 나서서 당헌을 무력화시키는 폭거"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