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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성범죄엔 선고유예 8배…'솜방망이' 군사재판



인권/복지

    여군 성범죄엔 선고유예 8배…'솜방망이' 군사재판

    인권위, '해군 대위 사망사건' 이후 직권조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3년간 군대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부적절한 법률이 적용되거나 온정적 처분이 내려지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내 성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5월 한 여군 장교가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군 대위 사망사건' 이후 6개월간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여군이 성폭력 피해자였던 사건의 기록과 판결문 173건을 분석했다.

    ◇ 부사관·장교도 "온정적 처벌"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지난해 사석에서 위관급 여성 장교의 허벅지에 3차례 손을 올려놓은 혐의를 받는 공군 부사관 A 씨에게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초범이고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데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4년 여군 중사를 자신의 숙소에서 추행한 육군 영관급 장교 역시 같은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여군 하사를 비슷한 방식으로 성추행하고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육군 원사에 대한 판단과는 달랐다.

    이처럼 군사법원이 그간 성폭력 사건을 온정적으로 처벌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심지어 지난 3년 6개월간 군사법원에서 선고한 전체 성폭력 사건 가운데 피해자가 여군인 사건의 선고유예 비율은 무려 10%를 넘어섰다. 일반법원 1심 판결에서 선고유예 비율인 1.36%의 8배에 가까운 수치다.

    ◇ 신상정보 공개 3년간 1건…군법 적용 않기도

    같은 기간 173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명령이 선고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세간에 크게 알려져 이번 직권조사의 계기가 되기도 했던 '해군 대위 사망사건'의 경우가 유일했다.

    관련법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현역 군인이었는데도 군형법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형법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피고인은 제적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해군에서 군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 피해 여군, 홀로 시름할 수밖에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다 보니 상당수 여군들은 부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홀로 시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권위 설문조사에서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여군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1%에 달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61.9%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는 "대응해도 소용없다", "여러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싫었다", "장기선발 등 인사에 악영향" 순으로 높았다.

    이에 인권위는 △군판사·군검사의 인사독립성 확보 △인사평가를 빌미로 가해한 경우 가중처벌 △징계제도 개선 △성폭력 예방기구 등 인프라 구축 등의 개선책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자칫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생명까지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군 관계자와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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