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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 없앤다" 아기 몸에 향불 방치·시신 훼손한 엄마



전국일반

    "액운 없앤다" 아기 몸에 향불 방치·시신 훼손한 엄마

    • 2017-12-24 09:51

    부산지법, 무녀 맹신한 모친에 징역 2년 선고…"죄책 무겁다"

     

    샤머니즘을 맹신한 나머지 무녀와 함께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아기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현석 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 판사는 A 씨를 법정구속했다.

    24일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를 통해 사이비 무녀인 B 씨를 알게 됐다.

    A 씨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가족이 더 큰 액운으로 고통받는다"는 B 씨 말을 듣고 6년간 전국 사찰을 돌면서 방생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빚을 졌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맹목적으로 B 씨의 말을 따랐다.

    사건은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독촉에 시달리던 A 씨가 2009년께 B 씨 소개로 B 씨 사촌 동생이자 승려인 C 씨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가 2010년 2월 C 씨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으면서 벌어졌다.

    A 씨는 B 씨의 지시에 따라 미숙아로 태어나 집중 치료를 받던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킨 것은 물론 필요한 치료나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았다.

    A 씨는 아기를 데리고 경북의 한 암자에서 공양주로 일하던 중, 돈이 없어 방생기도를 못 하게 된 B 씨가 찾아왔다.

    B 씨는 "집안의 모든 액운이 너와 아기로 인해 발생해 몸을 태워 업장을 없애야 한다"며 두 달 동안이나 A 씨의 온몸에 불을 붙인 향을 놓는 종교의식인 '연비'를 행했다.

    이 때문에 어깨에 큰 화상을 입어 절에서 일하지 못하게 된 A 씨는 B 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사달이 났다.

    B 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고 화를 내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행위를 했다.

    A 씨는 친엄마인데도 B 씨의 학대행위를 막지 않고 살이 타는 듯한 고통에 우는 아기를 외면한 채 방치했다.

    화상을 입은 아기는 별다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하루 만에 숨졌다.

    A, B 씨는 아기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훼손했다.

    김 판사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거나, B 씨와 공모해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종교 행위를 한 뒤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아기를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초범인 A 씨가 반성하고 공범인 B 씨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 씨는 2011년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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